검사가 봐줬는데 또 소송할 수 있나요
누군가 나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면 형사고소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검사가 수사한 후 재판으로 넘기지 않고 자기 선에서 끝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범죄는 저질렀지만 검찰에서 그냥 봐준다는 거죠. 이걸 기소유예라고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가해자가 기소유예를 받았는데, 피해자가 다시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기소유예가 뭔가요
기소유예는 범죄 사실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범죄가 아니라는 게 아닙니다. 범죄는 맞는데 처벌까지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죠. 검사는 범죄 혐의가 인정돼도 피의자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와 수단,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해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기소유예 처분이 나오는 경우
합의로 기소유예 받았다면 소송 불가능
가해자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이 피해자와의 합의 때문이라면, 법리적으로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합의라는 건 통상적으로 민사와 형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일정한 돈을 받고, 그 대가로 가해자가 형사 처벌을 받지 않도록 처벌 불원 의사를 검찰에 표현해주는 거죠. 동시에 민사 손해배상 청구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포함됩니다.
이런 합의에는 부제소 합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합의한 결과로 기소유예 처분이 나왔다면 피해자는 추후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실제 판례
A씨는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고소했습니다. B씨가 500만원을 주며 합의를 제안했고, A씨는 이를 받아들여 처벌 불원 의사를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B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죠.
그런데 A씨가 나중에 병원비가 더 들었다며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합의 당시 민사 청구권도 포기한 것으로 보아 A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합의 없이 기소유예 받았다면 청구 가능
반대로 합의를 통해서 기소유예 처분이 나온 게 아니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검사가 그냥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해서 봐준 경우라면, 법리적으로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기소유예 처분에도 불구하고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형사 처분과 민사 청구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핵심 포인트
합의로 인한 기소유예인지, 검사의 단독 판단으로 인한 기소유예인지가 민사소송 가능 여부를 결정합니다. 합의서를 작성했거나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면 민사청구가 어렵고, 그런 절차 없이 기소유예가 나왔다면 민사청구가 가능합니다.
보험사기 사건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 자주 발생하는 분야가 보험사기입니다.
나이롱 환자가 보험사기를 저질러서 병원이 수사 대상이 됐다고 가정해봅시다. 피의자가 너무 많아지면 검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범죄 가담 정도가 경미한 보험사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보험사는 합의에 따른 기소유예 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얼마든지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배상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보험사기 실제 사례
대형 병원에서 수십 명의 환자가 일괄적으로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받았습니다. 검찰은 주동자만 기소하고 나머지 환자들은 범죄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보험사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환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합의 없이 기소유예된 경우이므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환자들은 부당하게 받은 보험금과 위자료를 모두 배상해야 했습니다.
합의서 작성할 때 주의사항
만약 가해자와 합의를 진행한다면 합의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다음 사항들을 반드시 체크하세요.
- 합의금 금액: 향후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고려
- 민사 청구권 포기 여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
- 분할 지급 조건: 합의금을 나눠 받는 경우 불이행시 조치
- 합의 범위: 어떤 범위까지 합의에 포함되는지 명확히 기재
특히 합의서에 "민사상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문구가 들어가면, 나중에 추가 피해가 발생해도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합의 전에 병원 진단을 받아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소유예와 불기소의 차이
기소유예와 혼동하기 쉬운 것이 불기소 처분입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불기소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거나 혐의가 없다는 뜻입니다. 무혐의, 혐의없음, 죄가 안 된다는 등의 처분이 여기 해당합니다. 반면 기소유예는 범죄는 인정되지만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면 형사 기록에 범죄 사실이 남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소유예는 범죄 사실이 인정된 것이기 때문에 전과는 아니지만 수사 경력으로 남습니다.
법률 상담이 필요하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 국번없이 132
법률홈닥터: 지역 법률구조공단 방문
기소유예 처분이 나왔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닙니다. 합의 없이 기소유예된 경우라면 민사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반대로 합의를 통해 기소유예를 받았다면, 합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진행해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법적 분쟁은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기소유예 처분 이후 민사소송을 고려하고 있다면, 합의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