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이 전부가 아닙니다

1심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많은 분들이 항소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항소장만 제출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항소심은 1심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한 전장입니다.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새로운 관점과 전략적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보는 시각

1심 재판부는 사건을 처음 접하면서 증거를 살피고 양측 주장을 듣습니다. 아무런 예단 없이 판단을 시작하는 것이죠.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미 1심 판결문을 읽고 사건을 접합니다. 1심 판사가 증거를 검토하고 내린 결론이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사건을 보게 됩니다.

1심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았다면, 항소심에서는 이미 형성된 예단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항소심이 1심보다 더 어려운 이유입니다.

항소심에서 가능한 전략들

다행히 항소심은 1심에서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시도가 가능합니다.

새로운 주장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1심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부분이나 1심 판결문을 검토하면서 발견한 새로운 쟁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기존 주장의 틀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법률적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거나, 주장의 구조 자체를 재구성해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법률 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1심에서 적용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거나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행정소송의 경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같은 하위 법규의 위법성을 항소심에서 다툴 수 있습니다.

상고심으로 가기 전에

항소심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상고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상고심은 법률심입니다. 사실관계나 증거 판단의 잘못을 다툴 수 없고, 오직 법률 해석의 오류만 다룰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건을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항소심입니다. 항소심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상고해도 결과가 바뀌기 어렵습니다.

항소심 준비의 핵심

항소심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1심 기록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입니다.

• 1심 판결문의 논리 구조 파악
•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유리한 증거 찾기
• 판사가 오해했거나 간과한 사실관계 확인
• 법률 적용의 오류 검토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항소심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1심 준비서면을 그대로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항소심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구성이 필요합니다.

소송 유형별 차이점

민사소송 항소심에서는 계약 해석, 손해배상 범위, 과실 비율 같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1심에서 인정받지 못한 손해 항목을 추가하거나, 과실상계 비율을 조정하는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 항소심은 1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다시 다투거나, 양형 부당을 주장합니다.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기 위한 정상참작 사유를 강조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입니다.

행정소송 항소심에서는 행정청 판단의 재량권 일탈이나 절차적 하자를 부각시킵니다. 1심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행정법 원칙 위반을 새롭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해야 할 일

1심 판결을 받은 날부터 항소 기간은 2주입니다. 시간이 촉박하므로 빠른 판단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억울하다는 감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항소심에서 무엇을 어떻게 다룰지, 1심과 무엇을 달리할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1심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닙니다. 항소심이라는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 이것이 항소심 성공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