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전화 왔습니다
갑자기 핸드폰으로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면 당황하는 게 당연합니다. 보이스피싱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머릿속이 하얘지죠.
실제로 형사 사건 피의자 대부분이 첫 전화를 받을 때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하지만 이 순간부터 싸움은 이미 시작된 겁니다.
경찰 전화 받을 때 반드시 물어볼 것
팀 이름만 들어도 대략 어떤 문제인지 감이 옵니다. 여청 팀이면 성범죄 관련일 가능성이 높고, 형사 팀이면 일반 형사 사건일 겁니다.
절대 바로 가면 안 됩니다
수사관이 조사 날짜를 제시하면 대부분 "네, 알겠습니다" 하고 바로 응하는데 이게 가장 큰 실수입니다.
지금 당신은 총 들고 온 사람들 사이에 맨손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경찰은 이미 고소인 조사를 마쳤고, 사건의 기본적인 틀을 다 그려놓은 상태입니다. 근데 당신은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죠.
실무 사례
한 의뢰인이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는데, 고소장을 확인해보니 실제로는 단순 계약 불이행 사안이었습니다. 고소장 내용을 미리 파악하고 관련 계약서와 이행 증거를 준비해서 조사를 받았고,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만약 준비 없이 바로 갔다면 수사관의 유도 질문에 말려들어 불리한 진술을 했을 겁니다.
반드시 고소장 정보공개 청구를 먼저 하세요.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고소당했는지 확인해야 방어가 가능합니다.
정보공개 청구는 빨라도 일주일, 늦으면 한 달 걸립니다. 수사관이 빨리 조사받으러 오라고 재촉해도 "고소장 확인 후 일정 다시 잡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이 정도로 체포하거나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조사 전 준비가 승부를 갈라요
고소장을 받았다고 바로 조사받으러 가는 것도 위험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상담은 받아보세요. 요즘은 형사 상담을 비교적 저렴하게 해주는 곳이 많습니다.
- 사건 전략 수립: 인정할 건지, 전면 부인할 건지
- 증거 자료 확보: 카톡 내역, 녹음, 사진 등
- 의견서 제출: 미리 본인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고소장 보고 화가 나서 고소인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2차 범죄가 될 수 있어요. 피해자 연락은 반드시 경찰이나 변호사를 통해서만 하세요.
조사실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것들
경찰서 조사실에 앉으면 인적사항부터 물어봅니다. 발달장애 여부, 소득, 가족관계 같은 것들인데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됩니다.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수사관은 고소장에 적힌 사실 관계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이때부터가 진짜 중요합니다.
첫 번째, 묻지도 않은 걸 말하지 마세요.
수사관이 "그때 그 사람 만났어요?"라고 물으면 "만났습니다" 또는 "만나지 않았습니다" 또는 "시간이 오래돼서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만 답하면 됩니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만하게 "아, 그게 사실은요 그때 제가 그 전에..." 하면서 길게 설명합니다. 이러다가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나오면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조사실 실제 상황
폭행 혐의로 조사받던 의뢰인이 묻지도 않은 당일 일정을 장황하게 설명하다가, 중간에 시간대가 꼬이는 부분이 발생했습니다. 수사관은 그 부분을 집중 공략했고, 결국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떨어지게 됐습니다.
두 번째, 수사관의 협박에 흔들리지 마세요.
"여기서 똑바로 안 얘기하면 다 뒤집어쓴다", "자꾸 이렇게 나오면 체포한다" 이런 말들은 대부분 협박용입니다.
만약 정말 압박이 심하다면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는 조사받기 힘드니 오늘은 이만 하고 변호사 대동해서 다시 오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요즘은 다들 핸드폰으로 녹음하는 시대라 수사관도 함부로 못 합니다.
조서 확인이 진짜 핵심입니다
조사가 끝나면 해방감에 조서를 대충 보고 서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가장 위험합니다.
지금까지 한 모든 조사가 바로 이 조서를 작성하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조서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가 당신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 질문과 답변이 정확한지 확인
- 뉘앙스가 바뀌지 않았는지 체크
- 불필요한 표현 삭제 요청
실제로 조서를 받아보면 "신문소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색된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내용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조서 작성 함정
묵비권 행사했는데 "피의자는 이 질문을 듣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 고민하다가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답변함"이라고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의 수식어들은 다 불필요하고 불리한 내용이에요. 삭제 요청하세요.
묵비권은 양날의 검입니다
법적으로는 묵비권이 보장되지만, 실무에서는 묵비권 행사가 자백과 비슷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묵비권만 행사하는 것도 답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건 변호사 도움 없이는 판단이 어렵습니다.
혼자 하기엔 너무 어렵습니다
경찰서 조사실에서 당신만 법을 모릅니다. 수사관, 경찰관 모두 법을 전공한 사람들이에요.
요즘은 형사 사건이 워낙 많아서 전체 수임이 아니라 부분 수임도 가능합니다.
- 조사 동석만 의뢰
- 전략 수립만 상담
- 의견서 작성만 맡기기
변호사 비용이 부담되더라도 최소한 한 번쯤은 전문가 조력을 받으세요. 잘못된 조사 한 번이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경찰조사 3단계 요약
1단계: 전화 받을 때 당황하지 말고 부서, 사건번호 확인 후 고소장 정보공개 청구
2단계: 조사받을 때 당당하게, 묻지 않은 건 말하지 않기, 압박에 흔들리지 않기
3단계: 조서 꼼꼼히 확인하고 이상한 부분은 수정 요청, 필요시 변호사 조력 받기
형사 절차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긴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당신 편을 들어줄 전문가를 한 명쯤 확보해두세요.
경찰 조사는 단순히 사실 확인 절차가 아닙니다.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첫 번째 관문이에요. 제대로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꼼꼼하게 마무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