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가기 전 꼭 알아야 할 것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날 밤 잠을 설칩니다. 피해자든 가해자든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서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두려움 때문이죠.

그런데 막상 조사실에 앉으면 경찰관이 이렇게 물어봅니다. "묵비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100명 중 99명은 "아니요, 사용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왜 그럴까요? 경찰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하지만 이 한마디가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묵비권 사용 안 한다고 했는데 나중에 쓸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물론 가능합니다.

묵비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입니다. 처음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더라도 언제든지 원할 때 행사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아까 안 쓴다고 했잖아요"라고 해도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횡령 혐의로 조사받는 상황

철수와 영이가 동업을 하다가 관계가 틀어졌습니다. 영이는 회사 통장을 살펴보다가 의심스러운 거래 내역을 발견하고 철수를 횡령죄로 고소했습니다.

경찰 조사실에서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이렇게 되면 철수는 고소당한 것도 억울한데, 몇 년 전 영수증을 찾느라 고생해야 합니다. 범죄 혐의는 원래 경찰과 검찰이 증명해야 하는 것인데, 지금은 철수가 자기 무죄를 증명하려고 애쓰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번엔 묵비권을 사용해 봅시다.

깔끔하죠? 철수가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 묵비권으로 잘라버리면, 경찰과 검찰은 철수가 횡령했다는 증거를 직접 찾아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증거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묵비권은 만능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혐의를 증명할 증거를 충분히 가지고 있을 때는 묵비권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특히 성범죄 수사에서 많이 착각하는 부분입니다. 성범죄는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묵비권을 행사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경찰이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진술해야 합니다.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변호사를 찾아와서 "잘했죠?"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축하합니다. 완벽하게 자백하고 나오셨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유죄로 만들 증거가 충분할 때는 묵비권을 사용하면 절대 안 됩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합의 정황을 설명해야 합니다.

시간을 벌어야 할 때

묵비권의 또 다른 활용법은 시간 확보입니다.

아까 횡령 사례로 다시 돌아가봅시다. 철수가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경찰이 추가 증거를 제시하는 상황입니다.

또는 이렇게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 "이건 아닌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다음에 대답하겠습니다."
• "자료를 좀 더 검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변호사와 상의 후 답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질문을 다음으로 미루면 불리한 질문에 대해 즉시 대답하지 않고 준비해서 진술할 수 있습니다.

경찰 조사 전 준비사항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다음 사항들을 미리 준비하세요.

우선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는 어떤 질문에 묵비권을 사용하고, 어떤 질문에 적극 답변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습니다.

관련 자료가 있다면 미리 정리해두세요. 통장 거래 내역,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 나중에 필요할 수 있는 자료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사 당일 컨디션 관리도 중요합니다. 긴장되더라도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조사 전에 가벼운 식사를 하세요. 배가 고프거나 피곤하면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묵비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입니다. 경찰이나 검사가 불쾌해한다고 해서 주눅 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여러분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세요.

다만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