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황당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27년 경력의 건축설계회사가 청주의 도시개발사업 조합에 총 7억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조합장이 직접 연대보증을 서주며 "안전하다"고 했는데, 막상 돈을 받으려니 "총회 결의가 없었으니 조합은 책임 없다"는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사건의 전말
건축설계회사 A사가 청주 도시개발사업구역 내 토지지분을 매수하며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27년 경력의 전문기업으로 해당 분야 노하우가 풍부했죠.
2016년 8월 18일, 조합장 B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2억 원을 대출해주며 조합이 연대보증을 서게 되었습니다.
6일 후인 8월 24일, 또 다른 회사에 5억 원을 추가 대출해주며 역시 조합이 연대보증을 서게 되었습니다. 총 7억 원이 오간 것이죠.
조합장은 "조합 명의로 직접 차용하면 법적으로 복잡하다"며 제3의 회사를 주채무자로 하고 조합이 연대보증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막상 돈을 받으려 하니 조합 측에서 "총회 결의 없이 연대보증했으니 조합은 책임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1심과 2심에서는 A사가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 결국 파기환송 판결이 나며 상황이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피해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어 조합은 책임지지 않는다"
왜 7억을 떼이고도 조합 책임을 물을 수 없을까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건축설계회사 측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알 수 있었는데도 만연히 믿은 경우"
거의 고의에 가까운 수준의 주의 부족으로, 공평의 관점에서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실이 있었나
• 전문성 있는 기업: 27년간 도시정비사업에 참여한 전문기업이었음
• 조합원 지위: 이미 조합원이 되어 총회 의결사항을 알 수 있는 위치
• 법령 확인 소홀: 건축사로서 도시개발법령 확인이 가능했음에도 하지 않음
• 우회거래 수용: "법적으로 복잡하다"는 말에 의심 없이 우회거래 동의
• 확인 절차 생략: 법률전문가나 관계자를 통한 간단한 확인도 하지 않음
핵심은 도시개발법 규정
도시개발법령의 명확한 규정
도시개발법 제15조 제3항과 시행령 제35조 제3호는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2003년부터 규정되어 일반에 공지된 사항입니다.
이 규정의 목적은 조합원들의 권리보호와 소수 임원의 전횡 방지입니다. 장기간에 걸친 도시개발사업에서 조합원들의 의사가 직접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죠.
실제 처벌 내용
1심: A사 승소 - 조합에 손해배상 책임 인정
2심: A사 승소 - 1심 판결 유지
대법원: 파기환송 - "A사에 중대한 과실" 인정
예상 최종 결과: A사 패소 - 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 없음 (7억 원 회수 불가능)
유사한 실제 사례들
- 학교법인 연대보증 사건 - 이사회 결의 없이 연대보증, 피해자 중과실 인정
- 의료법인 자금대여 사건 - 이사회 결의 없는 자금대여, 상대방 과실로 법인 면책
- 종교법인 부동산 처분 - 총회 결의 없는 재산처분, 매수인 중과실로 무효
- 사회복지법인 계약체결 - 이사회 미개최 고액계약, 상대방이 전문업체로 과실 인정
중대한 과실 판단 기준
대법원은 중대한 과실을 판단할 때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했습니다:
• 상대방의 인식가능성: 법령위반을 알 수 있었는지
• 상대방의 경험과 지위: 전문성이 있는 당사자인지
• 종래의 거래관계: 이전 거래에서 알 수 있는 정보가 있었는지
• 행위의 성질과 내용: 거래 자체의 특성과 복잡성
실무에서 주의할 점
- 법령 확인: 해당 법인의 근거법령과 의사결정 구조 파악
- 정관 검토: 중요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절차 확인
- 회의록 요구: 이사회나 총회 결의서 등 증빙서류 징구
- 전문가 자문: 고액 거래시 법무 검토 필수
- 우회거래 주의: "복잡하다"며 우회 제안시 더욱 신중하게
• 도시개발조합: 자금차입, 연대보증 등은 총회 의결사항
• 재건축조합: 도급계약, 자금조달 등 총회 결의 필수
• 재개발조합: 사업비 변경, 추가부담금 등 조합원 동의 필요
• 주택조합: 분양계약 변경, 시공사 선정 등 총회 의결
이번 판례의 의미
이번 대법원 판결은 법인 대표자의 권한남용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전문성이 있고 확인이 가능했다면 피해를 입어도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핵심 포인트 - 법인과의 거래에서는 상대방의 전문성과 확인 가능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몰랐다"는 변명만으로는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교훈입니다.
일상생활 속 교훈
이 사건은 비단 전문업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합이나 법인과 거래할 때는 누구나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특히 금액이 클수록, 상대방이 법인일수록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기억하세요! "전문가니까 알았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제 법적 의무가 되었습니다. 거래 전 충분한 확인과 검토 없이는 피해를 당해도 구제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조금의 번거로움이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