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던 A씨가 노동조합을 만들어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대리운전업체가 "너희는 우리와 동업계약을 맺은 사업자지, 근로자가 아니다"며 노동조합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과연 대리운전 기사들도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을까요?
사건의 전말
2014년 5월부터 ○○○ 주식회사가 부산 지역에서 대리운전 기사들과 동업계약을 체결하여 대리운전업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업체들이 공동으로 앱을 사용하는 시스템이었죠.
2017년 10월 31일, A씨가 ○○○ 주식회사와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기사 ID를 받아 대리운전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계약서상으로는 동업자였습니다.
2018년 12월 11일, 대리운전 기사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부산시에 신고했습니다. A씨도 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죠. 드디어 조직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입니다.
2019년 1월과 2월, 노동조합이 대리운전업체들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업체들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 주식회사가 "대리운전 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며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면 승부가 시작된 거죠.
2024년 9월 27일, 대법원이 "대리운전 기사도 노조법상 근로자"라며 업체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기사들의 완승이었습니다!
"실질적 사용종속관계가 있으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노조법상 근로자 vs 근기법상 근로자
근로기준법: 개별적 근로관계 규율, 엄격한 근로자 개념
노동조합법: 헌법상 노동3권 보장, 더 넓은 근로자 개념
핵심: 노조법은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 관점에서 판단!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더 넓은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노조법상 근로자 판단 기준
대법원이 제시한 6가지 판단 기준입니다:
- 소득 의존도: 특정 사업자에게 소득을 주로 의존하는가?
- 계약 내용 결정권: 사업자가 보수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가?
- 사업 필수성: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인가?
- 관계의 지속성: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 관계인가?
- 지휘·감독: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가?
- 대가 관계: 받는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가?
이번 사건의 6가지 핵심 근거
대법원이 대리운전 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한 구체적 이유들입니다:
① 소득의 전적 의존
A씨는 오직 ○○○ 주식회사와 협력업체들로부터 배정받은 콜을 통해서만 수입을 얻었고, 다른 대리운전업체와는 일하지 않았습니다.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도 ○○○ 주식회사의 결정에 따라 좌우되었죠.
② 보수의 사실상 결정권
수수료, 프로그램 사용료 등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대리운전 요금도 회사가 미리 결정한 상태에서 콜이 배정되었습니다. 기사는 쉽게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였죠.
③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
대리운전 기사의 노무는 대리운전업체의 사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업체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대리운전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④ 지속적·전속적 관계
2017년부터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콜을 배정받는 관계가 이어졌고, 회사에 전속된 정도도 강한 편이었습니다.
⑤ 지휘·감독관계 존재
자동배정과 우선배정 방식으로 콜이 배정되었고, 거부하면 불이익이 있었습니다. 복장, 업무 수행 방식, 교육 의무 등도 규정되어 있었죠.
⑥ 노무제공 대가의 성격
카드 결제는 회사가 처리한 후 기사에게 지급하고, 현금 결제도 회사 귀속 후 지급하는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실질적으로는 회사가 대가를 지급하는 구조였죠.
업체 측 주장과 반박
• "동업계약이다": 계약서상 동업계약으로 체결했으니 사업자 관계
• "독립적 사업자": 기사들이 자신의 책임하에 운행
• "수수료만 받는다": 플랫폼 제공 대가로 수수료만 받을 뿐
• "시간 구속 없다": 언제 일할지 기사가 자유롭게 결정
하지만 대법원은 "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떤 형태든 상관없다"며 실질적 관계를 중시했습니다.
비슷한 업종들에 미칠 영향
• 배달업: 음식배달, 택배기사 등
• 운송업: 화물차, 택시 등
• 플랫폼 노동: 각종 O2O 서비스
• 방문 서비스: 청소, 수리, 돌봄 등
• 콘텐츠 제작: 유튜버, 웹툰 작가 등
노동조합 설립의 의미
- 단결권: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
- 단체교섭권: 사용자와 근로조건에 대해 교섭할 권리
- 단체행동권: 파업 등 집단행동을 할 권리
- 사회적 보호: 부당노동행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실무상 변화 예상
• 계약서 개정: 독립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계약 조건 변경
• 수수료 체계: 일방적 결정보다는 협의 방식 도입
• 지휘·감독 완화: 직접적인 지시·명령 방식 지양
• 복수 플랫폼 허용: 전속성을 약화시키는 방향
• 노사관계 준비:**strong> 단체교섭에 대비한 체계 구축
근로자들의 대응전략
- 사용종속관계 입증: 6가지 판단 기준에 따른 증거 수집
- 집단적 대응: 개별적 해결보다는 조직적 대응
- 법적 조력: 노동법 전문가의 도움 필요
- 사회적 여론: 공정한 처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 지속적 투쟁: 장기적 관점에서 권익 보호
이번 판례의 한계
하지만 이번 판례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 근로기준법 적용: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어도 근기법상 근로자는 별개
• 개별 사안 판단: 업종과 회사마다 다른 판단 필요
• 사회보험 적용: 4대보험 적용 여부는 별도 쟁점
• 임금 지급: 최저임금, 연장근로수당 등은 추가 논의 필요
해외 사례와 비교
글로벌 트렌드
미국: 우버 기사들의 근로자 지위를 둘러싼 지속적 논쟁
유럽: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입법 추진
영국: 우버 기사를 "워커(worker)" 지위로 인정
우리나라도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린 셈입니다.
앞으로의 전망
이번 판례는 플랫폼 경제 시대의 노동관계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형태의 노동관계가 계속 생겨나는 상황에서, 근로자 보호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계약서에 "사업자"라고 써있어도 실제로는 근로자일 수 있습니다. 특히 특정 회사에 소득을 의존하고,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다면 노동조합을 만들어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어요. 포기하지 말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