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복잡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전라남도가 지방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국도 밑에 있던 상수도관을 옮겨야 했습니다. 그런데 전남도는 "국도 점용허가 조건에 따라 수공이 비용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과연 이런 주장이 통할까요?
사건의 전말
한국수자원공사가 국도 1호선 무안군 구간 도로 하부에 광역상수도관을 매설했습니다. 이때 국도 관리청(익산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도로점용허가를 받았어요.
도로점용허가 조건 제18항에는 "공익상 필요하여 점용물을 이전할 때에는 피허가자 부담으로 이전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전라남도가 지방도 815호선을 무안국제공항 연결도로로 왕복 4차로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도로는 국도 1호선과 교차하는 구간이 있었어요.
지방도 확장으로 국도와의 교차방식이 평면에서 입체로 변경되었고, 이 과정에서 국도 밑 상수도관 3개 구간의 이설이 필요해졌습니다.
전라남도는 "국도 점용허가 조건에 따라 수공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수공은 "지방도 공사 때문이니 전라남도가 부담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공문을 주고받으며 다퉜어요.
공사 완공일정(2020년 12월)에 맞추기 위해 전라남도가 일단 6억 9천 8백만 원을 지급하되, "나중에 법적으로 부담 주체를 결정하자"고 했습니다.
"다른 도로 관리청은 점용허가 조건 원용 불가, 전라남도가 부담해야"
대법원이 내린 중요한 법리
1. 부관의 효력 범위 - 도로점용허가의 부가 조건은 그 허가를 한 행정청에게만 효력이 있습니다.
2. 원인자부담 원칙 - 비용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부담하는 것이 도로법의 기본 원칙입니다.
3. 엄격 해석 필요 - 도로 비용 부담 주체에 관한 예외 규정은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실제 판결문 핵심 내용
"도로점용허가 대상 도로가 아닌 다른 도로의 관리청이 그의 필요에 따라 도로점용허가 대상 도로에 관한 공사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당초 도로점용허가를 한 처분청과 처분상대방 사이의 공사비용 부담 주체 결정에 관한 부관인 조건을 원용할 수 없다"
도로법상 비용 부담 원칙은 어떻게 될까
- 도로공사: 도로의 신설, 확장, 개량, 보수 등 - 도로관리청이 부담
- 타공사: 도로공사 외의 공사 (상하수도, 전기, 통신 등) - 원칙적으로 사업자 부담
- 부대공사: 도로공사로 인해 필요해진 타공사 - 원칙적으로 도로관리청 부담
- 특별조건이 있는 경우: 점용허가 조건에 따른 부담 가능
이번 사건에서 왜 전남도가 부담하게 되었을까
1단계: 부대공사 여부 확인
지방도 확장공사 때문에 상수도관 이설이 필요해졌으므로 '부대공사'에 해당합니다.
2단계: 특별조건 원용 가능성 검토
국도 점용허가 조건이 있지만, 지방도 관리청인 전남도는 이를 원용할 수 없습니다.
3단계: 원칙 적용
특별조건을 원용할 수 없으므로 부대공사를 일으킨 지방도 관리청이 부담해야 합니다.
실제 판결 결과
1심: 전라남도 승소 - 수공이 비용 부담 (상세 내용 기록 없음)
2심 (광주고법): 전라남도 승소 - "국도 점용허가 조건을 지방도 관리청도 원용 가능"
대법원: 파기환송 - "다른 도로 관리청은 점용허가 조건 원용 불가"
예상 최종 결과: 전라남도가 6억 9천 8백만 원 부담 확정
부관과 행정행위의 효력 범위
부관의 정의: 행정행위의 주된 내용에 덧붙여지는 부수적 의사표시
부관의 종류:
• 조건: 불확실한 사실의 발생에 효력을 좌우시키는 것
• 기한: 확실한 사실의 발생에 효력을 좌우시키는 것
• 부담: 상대방에게 일정한 의무를 지우는 것
• 철회권 유보: 일정한 경우 행정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 유보
유사한 실제 사례들
- 지하철 공사와 상하수도 이설: 지하철 건설로 인한 기존 매설물 이설비용
- 도로 확장과 전력선 이설: 도로 확폭으로 인한 전신주, 전력선 이설
- 교량 건설과 통신선 이설: 교량 건설로 인한 통신 케이블 이설
- 하천 정비와 교량 철거: 하천 확장으로 인한 기존 교량 철거·재건
- 철도 건설과 도로 이설: 철도 건설로 인한 기존 도로 우회로 신설
행정기관들이 지켜야 할 원칙
- 원인자부담 원칙: 비용 발생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자가 부담
- 수익자부담 원칙: 공사로 이익을 얻는 자가 비용 부담
- 협의 우선: 법적 다툼보다는 사전 협의를 통한 해결
- 명확한 약정: 비용 부담에 대한 명확한 사전 약정
- 예산 확보: 공사 계획 시 부대공사 비용까지 고려한 예산 편성
• 다른 기관 허가조건 함부로 원용 금지: 자신이 내린 허가 조건만 원용 가능
• 예외 규정의 엄격 적용: 비용 부담 예외 조항은 제한적으로 해석
• 사전 협의 필수: 대규모 공사 전 관련 기관들과 비용 분담 협의
• 법령 근거 명확화: 비용 부담 요구 시 명확한 법적 근거 제시
공공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제언
1. 통합 협의체 구성 - 대규모 공사 시 관련 기관들이 참여하는 사전 협의체 운영
2. 표준 협정서 마련 - 유사 상황에 대한 표준적인 비용 분담 기준 정립
3. 사전 영향 평가 - 공사 계획 수립 시 타 기관 시설에 미치는 영향 사전 검토
4. 예산 연계 시스템 - 부대공사 비용을 포함한 통합적 예산 계획 수립
공공사업에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른 기관의 허가 조건을 함부로 원용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자신이 부담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사전 협의를 통해 분쟁을 예방하고, 국민의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