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휴대폰 위탁판매업체가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판매수수료를 받았는데, 고객이 183일 안에 해지하면 수수료 전액을 돌려내라는 약관 때문에 분쟁이 벌어졌습니다. 과연 이런 약관이 정당할까요?

사건의 전말

1
위탁판매 계약 체결

2020년 10월, 휴대폰 위탁판매업체 A사는 통신사 대리점 B사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A사가 B사로부터 휴대폰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구조였죠.

2
수수료 환수 기준 공지

B사는 인터넷 카페에 정책표를 게시했는데, 여기에는 "신규 통신계약이 183일 내 해지되면 수수료 전액 반환"이라는 기준이 적혀있었습니다.

3
실제 판매와 수수료 지급

A사 하부 판매점에서 외국인 고객 2명에게 휴대폰을 판매하고 통신계약을 체결했습니다. B사는 A사에게 총 100만 9,800원의 판매 수수료를 지급했습니다.

4
조기 해지 발생

외국인 고객들이 이용요금을 미납하자 통신사가 휴대폰 이용을 정지했고, 그 후에도 요금이 납부되지 않아 183일이 지나기 전에 직권해지되었습니다.

5
수수료 반환 요구

B사는 정책표에 따라 A사에게 수수료 전액 반환을 요구했고, A사는 이에 반발해 '반환 의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6
1·2심 판단

1·2심 법원은 B사 손을 들어줬습니다. "약관에 따라 수수료를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죠.

대법원 최종 판단

"수수료 환수 기준 약관이 불공정해서 무효다"

왜 약관이 무효가 되었을까

대법원은 이 약관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법원이 지적한 약관의 문제점들
문제점 구체적 내용
일률적 전액 환수 위탁판매업자의 귀책사유와 관계없이, 해지 시점의 유지기간과 관계없이 무조건 수수료 전액을 반환하도록 규정
형평성 위반 수수료를 반환해야 하는 위탁판매업자의 합리적 기대에 반하고 형평에 어긋나는 내용
일방적 결정 약관 내용을 대리점이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고, 위탁판매업자가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없음
내용 예측 불가 구체적 기준을 알 수 없어 위탁판매업자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동의하게 됨

실제 판결문 핵심 내용

"수수료 환수 기준에서는 유지기간이 183일을 경과하지 않으면 통신계약이 해지된 데 관하여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해지 당시 유지기간이 얼마인지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원고가 지급받은 수수료 전액을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형평에 어긋나는 내용이다"

법원별 판단 과정

실제 판결 과정

1심 (수원지법): B사 승소 - "약관에 따라 A사가 수수료 100만 9,800원 반환해야 함"

2심 (수원지법): B사 승소 유지 - "수수료 환수 기준이 유효하다"

대법원: 파기환송 - "약관이 무효인지부터 다시 심리하라"

예상 최종 결과: A사 승소 - 수수료 반환 의무 없음

불공정 약관 판단 기준

대법원은 약관이 무효가 되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불공정 약관 무효 판단 기준
  • 단순 불이익으로는 부족 - 약관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무효가 아님
  • 거래상 지위 남용 -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불공정한 약관을 작성·사용
  • 정당한 이익 침해 -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 기대에 반하는 내용
  • 거래질서 훼손 -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할 정도로 부당하게 불이익을 줌
  • 종합적 판단 - 불이익 내용, 발생 가능성, 거래과정 영향, 관계 법령 등을 모두 고려

유사한 실제 사례들

약관 무효 관련 유사 판례들
  • 카드사 연체료 약관 사건 - 과도한 연체료율 조항 무효 (대법원 2015년)
  • 보험 면책조항 사건 - 지나치게 광범위한 면책조항 무효 (대법원 2018년)
  • 통신요금 위약금 사건 - 부당하게 높은 위약금 조항 무효 (대법원 2019년)
  • 임대차 특약 사건 - 임차인에게 일방적 불리한 특약 무효 (대법원 2021년)

사업자를 위한 실무 가이드

공정한 약관 작성을 위한 체크리스트
  • 상호 협의 과정 - 일방적 작성이 아닌 상대방 의견 수렴 기회 제공
  • 귀책사유 고려 - 해지나 위반에 각자의 귀책사유 반영한 차등 적용
  • 비례적 부담 - 피해나 손실에 비례하는 합리적 부담 배분
  • 예측 가능성 -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으로 예측할 수 있게 작성
  • 정기적 검토 - 시장 상황과 판례 변화에 따른 주기적 약관 점검
피해야 할 약관 작성 패턴

• 전액 환수형: "위반시 지급금 전액 반환" 같은 일률적 조항

• 무과실 책임형: "귀책사유 불문하고 책임 부담" 같은 조항

• 일방적 변경형: "통지만으로 언제든 변경 가능" 같은 조항

• 포괄적 면책형: "모든 손해에 대해 책임지지 않음" 같은 조항

약관 분쟁 발생시 대응 방법

단계별 대응 가이드
  • 1단계: 약관 효력 검토 - 해당 조항이 약관법상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
  • 2단계: 협상 시도 - 법적 쟁점을 근거로 상대방과 합리적 해결 방안 협의
  • 3단계: 조정 신청 - 법원 조정이나 업계 조정기구를 통한 중재
  • 4단계: 소송 대응 - 약관 무효 주장과 함께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검토

이 판례가 미치는 영향

이번 판결은 단순히 휴대폰 위탁판매 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의 약관 작성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유통, 중개업 등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액 환수' 조항들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억하세요! 약관은 일방적으로 작성할 수 있지만, 그것이 무조건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의 합리적 기대와 공정성을 고려한 약관 작성이 장기적으로는 분쟁을 예방하고 건전한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