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개발회사가 대규모 건설사업을 위해 8,675㎡의 토지를 도로로 기부채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파산하면서 사업이 완전히 무산되었고, 서울시는 그 땅에 이미 도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토지 사용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사건의 전말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개발회사들이 서울 강남구 일대 토지를 취득하고 신탁회사에 신탁했습니다. 총 면적은 상당히 큰 규모였습니다.
2006년 서울시장이 도시계획시설 조성계획을 변경하면서 도로 확장을 위한 기부채납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2009년 개발회사들이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하면서 8,675㎡를 도로 확장에 무상 제공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습니다.
구청장이 실시계획을 인가하면서 '건축물 사용승인 전까지 기부채납할 것'을 조건으로 붙였습니다. 준공예정일은 2013년 3월 31일이었습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해당 부지에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개발회사들은 2014년 파산선고를 받으며 사업이 완전히 무산되었습니다.
2016년 새로운 회사가 해당 토지를 인수한 후 서울시를 상대로 도로부지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업이 무산된 상황에서는 토지 사용권을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
핵심 법리 해석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기부채납 약속이 토지 사용권 포기를 의미하는가였습니다:
종합적 고려 요소들:
•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와 보유기간
• 공공사용에 제공하게 된 경위와 규모
• 토지 제공 당시 소유자의 진정한 의사
• 토지 제공으로 얻는 이익이나 편익의 정도
• 소유자의 행태 모순 정도와 공중 신뢰 침해 정도
대법원 판결문 핵심 내용
"기부채납 확약은 사업 실행을 조건으로 이루어진 의사표시로 보이며, 사업의 실시계획인가가 실효되고 사업계획이 확정적으로 취소된 이상 기부채납 확약만을 들어 토지에 관하여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왜 이런 판결이 나왔을까
대법원이 토지 소유자 편을 들어준 결정적인 이유들:
1. 조건부 약속: 기부채납은 사업 완료를 전제로 한 약속이었음
2. 부득이한 상황: 사업 승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약속이었음
3. 이익 실현 실패: 회사는 기부채납으로 얻으려던 이익을 못 얻었음
4. 정당 보상 부재: 지자체는 보상 없이 토지를 사용하고 있음
헌법 제23조 제3항(정당한 보상 원칙)의 취지에서도 배타적 사용권 포기 법리는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심과 2심에서는 어떻게 판단했나
원심법원 논리:
• 기부채납 확약서를 작성하여 제출했음
• 실시계획인가 부관에 기부채납 조건이 명시됨
• 도로 개설을 위한 사용승낙을 해주었음
• 파산 과정에서도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음
결론: 토지 사용권을 포기했다고 봄 (토지주 패소)
- 사용승낙의 성격: 가까운 장래 기부채납을 전제로 한 잠정적 조치에 불과
- 신탁회사의 동의: 독자적 지위에서 사용권 포기 의사를 표시했다고 보기 어려움
- 이의 제기 안 한 이유: 사업 계속 가능성 때문에 적극 이의하기 어려웠음
- 공익성 고려: 토지 사용료 반환이 공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음
최종 결과
원심판결을 뒤집고 다시 심리하라고 지시
토지 사용료 배상: 2013년 도로 개설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토지 사용료
배상 산정 기준: 해당 지역 토지 임대료 시세 적용
향후 처리: 서울시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수용하거나 지속적 사용료 지급
유사한 실제 사례들
- 학교용지 기부채납 사건 - 아파트 분양을 위한 학교부지 제공 약속
- 공원부지 기부채납 사건 - 개발사업 승인을 위한 공원부지 무상 제공
- 도로 확장용지 사건 - 건축허가를 위한 도로 확장부지 기부
- 주차장용지 기부 사건 - 상가 건축을 위한 공영주차장 부지 제공
기부채납 약속 시 주의사항
약속의 조건:
• 사업 완료를 전제로 하는 조건부 약속인지 명확히 기재
• 사업 무산 시 토지 처리 방안 미리 합의
법적 보호 장치:
• 기부채납 대신 수용 절차 요구 조항 삽입
• 사업 무산 시 원상회복 또는 보상 조항 포함
- 신중한 약속: 기부채납 규모와 조건을 현실적으로 검토
- 조건부 명시: 사업 완료를 전제조건으로 명확히 기재
- 대안 마련: 사업 무산 시 수용 등 정당한 절차 요구
- 단계별 이행: 사업 진행 단계에 따른 단계별 기부채납 고려
지자체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부채납 받을 때:
• 사업 무산 시 처리 방안 미리 명시
• 기부채납 조건 이행 확인 후 도로 개설
사업 무산 시:
• 즉시 수용 절차 진행 또는 사용료 지급
• 무상 사용 지속은 부당이득 소송 위험
일상생활 속 의미
이번 판례는 조건부 약속의 법적 효력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특정 조건(사업 완료)을 전제로 한 약속은 그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약속의 효력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기억하세요! 공공을 위한 기부나 기여도 무조건적인 것이 아닙니다. 특히 사업 승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약속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약속할 때는 조건을 명확히 하고,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도 미리 정해두는 것이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