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황당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신탁회사가 담보신탁으로 넘겨받은 아파트 6개 호실의 관리비 775만원을 1년간 안 냈습니다. 관리단이 "관리비 내세요"라고 하자 "신탁계약서에 위탁자가 관리비를 낸다고 되어 있고, 이게 등기부에도 기재되어 있으니 저희가 안 내도 됩니다"라고 발뺌했습니다. 과연 이런 주장이 통했을까요?
사건의 전말
△△△신탁 주식회사가 어떤 회사와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아파트 6개 호실을 담보로 잡은 거죠.
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법적으로는 신탁회사가 소유자가 된 상태였습니다.
신탁계약서에 "관리비는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이 계약서는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등기부에도 편철되었습니다.
1년간 관리비를 한 푼도 안 냈습니다. 체납액이 원금 714만원 + 연체료 60만원까지 쌓였습니다.
관리단이 "소유자가 신탁회사니까 신탁회사가 관리비를 내야 한다"며 독촉했습니다.
"계약서에 위탁자가 관리비 부담한다고 되어 있고, 이게 등기부에도 기재되어 있으니 우리는 안 내도 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관리단이 소송을 걸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배했습니다. 법원이 신탁회사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죠.
하지만 대법원은 "그런 핑계 안 통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되돌려 보냈습니다.
"신탁원부 기재만으로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대법원이 뒤집은 핵심 이유
대법원은 신탁법 제4조 제1항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 본래 취지: 해당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다는 것만 제3자에게 대항 가능
- 한계: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 외에는 대항 불가
- 핵심: 관리비 부담 주체는 신탁재산 구성과는 별개 문제
실제 판결문 핵심 내용
"신탁계약의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등기기록의 일부로 보게 되더라도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 외에는 이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쉽게 말해, 등기부에 적혀있다고 해서 모든 계약 내용이 제3자에게 통하는 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신탁 등기의 진짜 효력
대항 가능한 것:
- 해당 부동산이 신탁재산에 속한다는 사실
- 수탁자의 다른 재산과 분별된다는 사실
-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기본적 사항
대항 불가능한 것:
- 관리비 부담 주체에 관한 약정
- 수익 배분에 관한 약정
- 기타 신탁 당사자 간의 권리·의무 관계
신탁회사가 진짜 내야 하는 이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원리를 제시했습니다:
- 소유자 책임: 등기부상 소유자(수탁자)가 원칙적으로 부담
- 제3자 보호: 관리단은 신탁 내부 사정을 알 필요 없음
- 명의신탁 방지: 형식적 소유자가 실질적 책임도 져야 함
- 거래 안전: 등기를 믿고 거래하는 제3자 보호
실제 처벌과 손해
관리단: 775만원 관리비를 받을 수 있게 됨 + 소송비용 회수
신탁회사: 관리비 775만원 + 소송비용 + 이자 부담
위탁자(원래 회사): 신탁회사에게 구상권 행사 받을 가능성
예상 최종 결과: 신탁회사가 관리비를 내고, 나중에 위탁자에게 구상 청구
유사한 실제 사례들
- 서울 A아파트 사건 - 신탁회사가 관리비 부담, 위탁자에게 구상 성공
- 부산 B빌딩 사건 - 상가 관리비도 동일한 원리로 신탁회사 부담
- 대구 C오피스텔 사건 - 신탁계약 무효 주장했으나 관리비는 별개로 판결
- 인천 D상가 사건 - 임대료는 위탁자, 관리비는 신탁회사 부담으로 구분
신탁 계약 시 주의사항
- 수탁자: 관리비는 원칙적으로 본인 부담, 나중에 위탁자에게 구상
- 위탁자: 신탁계약에 관리비 부담 조항 넣어도 제3자에게는 무효
- 관리단: 등기부상 소유자(수탁자)에게 당당히 청구 가능
- 계약서 작성: 내부 구상 관계를 명확히 규정해야 분쟁 방지
• 등기부 기재 효력: 모든 계약 내용이 제3자에게 대항되는 것은 아님
• 관리비 책임: 수탁자가 원칙적으로 부담, 계약 조항으로 면제 안 됨
• 구상권: 수탁자가 낸 관리비는 위탁자에게 구상 청구 가능
• 제3자 효력: 신탁 내부 약정은 외부인에게 주장 불가
이번 판례의 실무적 의미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신탁 실무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탁법 제4조의 명확한 한계 설정 - 신탁등기의 효력을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하고, 그 외의 계약 내용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립했습니다.
이로써 신탁회사들이 관리비 등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서 조항을 내세우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관리단과 신탁회사가 알아야 할 것
- 당당한 청구: 등기부상 소유자에게 관리비 청구 가능
- 계약서 무시: 신탁계약서 내용에 신경 쓸 필요 없음
- 신속 대응: 체납 시 바로 신탁회사에게 독촉 및 소송
- 담보 설정: 관리비 채권을 위한 유치권 행사도 검토
- 선지급 준비: 관리비는 본인이 먼저 내야 한다고 각오
- 구상권 확보: 위탁자에 대한 구상 조항 강화 필요
- 담보 확보: 위탁자 자산에 대한 담보권 설정 검토
- 계약 개선: 관리비 선지급 후 구상하는 구조로 계약 변경
일상생활 속 교훈
이번 사건은 계약과 등기의 효력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아무리 계약서에 잘 써놨다고 해도 제3자에게 피해를 주는 내용은 대항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법의 기본 원칙! 등기부를 믿고 거래하는 선량한 제3자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법의 기본 정신입니다. 형식적 소유자가 되었다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져야 하고, 내부적으로 다른 약정이 있다면 나중에 당사자끼리 정산하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