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군산 앞바다, 평범한 어부의 삶이 하루아침에 바뀌었습니다. 개야도에서 태어나 14살부터 선원 생활을 해온 한 어부가 납북되었다가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따뜻한 환영이 아니라 간첩 누명과 고문이었습니다.
사건의 전말
군산 승룡호 선원이었던 피고인이 조업 중 북한에 납치되었습니다. 같은 배에 탔던 동료도 함께 납북되었지만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수년간의 북한 억류 생활 후 극적으로 남한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감시와 의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전주 보안부대로 연행되었습니다. 영장도 없이 32일간 불법 구금되며 고문을 당했습니다.
국가기밀 탐지·수집 및 찬양·고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고문으로 얻어낸 허위 자백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설치되면서 이 사건의 진실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24년 만에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모든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했습니다.
"피고인은 무죄"
고문으로 얻어낸 허위 자백
불법 구금: 1984년 5월 26일부터 6월 27일까지 32일간 영장 없이 구금
가혹행위: 구타, 수면박탈 등 계속된 고문
심리적 압박: 검찰 조사 시에도 보안부대 수사관들이 감시
교육 수준 악용: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한글을 거의 읽지 못하는 상황 이용
법원은 "불법구금 상태에서의 가혹행위로 인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찰 수사 단계까지 지속되었다"며 모든 자백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했습니다.
동조자들도 모두 고문 피해자
함께 조사받은 증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개야도 지서에서 함께 방위근무를 했던 동료들이 증인으로 채택되었지만, 이들도 모두 보안부대에서 고문을 당했습니다.
공소외 3: "일주일간 불법구금되며 잠을 재우지 않았고, 검찰에서도 두 명이 문 앞에 서 있어 무서워서 '예'만 대답했다"
공소외 4: "폭행당하고 3일간 잠을 재우지 않았다"
공소외 5: "다른 사람들이 모진 대우받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요구하는 대로 진술했다"
허술했던 기소 내용들
법원이 재심에서 검토한 기소 내용들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이었습니다:
- 문맹자가 암호 조립? -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이 복잡한 암호를 만들었다고 주장
- 공개된 정보가 기밀? - 모든 어부가 다 아는 해상검문소 위치를 기밀이라고 주장
- 집단 견학에서 단독행동? - 30명 어부와 10명 경찰이 함께한 견학에서 혼자 빠져나갔다고 주장
- 추측성 증언 채택 - "~인 것 같다"는 추측을 확실한 증거로 취급
과거사위원회가 밝힌 진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과거사위는 피해자와 관련자들을 직접 조사해 당시 수사기관의 인권침해 실상을 구체적으로 밝혀냈습니다.
원심 판결과 재심 판결 비교
죄명: 국가보안법 위반 (국가기밀 탐지·수집, 찬양·고무)
형량: 징역형 (구체적 형량 기록상 확인 불가)
근거: 고문으로 얻어낸 허위 자백 및 강요된 증언
- 판결: 무죄
- 근거: 모든 증거의 증거능력 부정
- 핵심: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얻어낸 자백은 증거가 될 수 없음
- 의미: 24년간의 억울한 누명 완전 해소
이 사건이 주는 교훈
군산 승룡호 사건은 우리나라 형사사법 역사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의 중요성도 일깨워줍니다.
- 영장주의 엄격 적용: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는 체포·구속 불가
- 변호인 참여권 보장: 수사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권 철저 보장
- 진술거부권 고지: 수사받을 때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음을 알려줌
- 녹화 의무화: 중요 수사는 전 과정을 녹화하여 투명성 확보
이 사건은 2005년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보여줍니다. 과거의 잘못을 덮지 않고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의 실현의 첫걸음입니다.
시민이 알아야 할 권리들
- 영장 확인권: 체포·구속 시 반드시 영장을 확인할 수 있음
- 변호인 선임권: 언제든 변호사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음
- 진술거부권: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
- 가족 통지권: 체포 시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릴 권리
- 인도적 대우권: 어떤 경우에도 고문이나 가혹행위 금지
헌법 제12조: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군산 승룡호 어부의 24년간 투쟁은 단순히 한 개인의 억울함을 푸는 것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인권과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용기야말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