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배신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두 외국 회사가 한국에 합작법인을 세우면서 "이사회는 4명으로, 우리가 각각 2명씩 추천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한쪽이 몰래 이사 3명을 더 뽑아버려서 균형이 완전히 깨진 사건입니다. 과연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사건의 전말
A회사(외국법인)와 B회사(외국법인)가 한국에 C주식회사를 합작 설립하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핵심 약속은 "이사회는 4명으로, 우리가 각각 2명씩 추천한다"였습니다.
약속대로 C회사가 설립되었고, 이사회도 A회사 추천 2명, B회사 추천 2명으로 총 4명의 이사가 구성되었습니다. 완벽한 50:50 균형이었죠.
그런데 2018년 8월, B회사가 갑자기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사 3명을 추가 선임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B회사 지분이 더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죠.
결국 이사회는 A회사 추천 2명 vs B회사 추천 5명이 되었습니다. 애초 약속했던 2:2 균형이 완전히 깨진 것입니다.
A회사는 B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약속대로 이사 3명을 해임하는 안건에 찬성하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1심, 2심, 대법원 모두 A회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게다가 B회사가 이행하지 않으면 하루 100만원씩 배상금을 내라는 간접강제까지 명했습니다.
"의결권구속약정은 유효하다. 약속을 어겼으니 원상복구하고 하루 100만원씩 내라!"
의결권구속약정이란 무엇인가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통해 의결권구속약정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정립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유효: 주주들 사이에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약정은 강행규정이나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유효합니다.
회사법적 한계: 다만 회사의 단체법적 질서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어, 약정을 위반한 주주총회 결의 자체를 무효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계약법적 구제: 대신 약정을 위반한 상대방에게는 계약에 따른 권리행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왜 하루 100만원일까
법원이 간접강제로 하루 100만원이라는 거액을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접강제의 두 가지 성격
간접강제는 단순히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채무불이행에 대한 법정 제재금의 성격도 함께 갖고 있어, 위반 행위의 심각성에 비례해 배상금이 정해집니다.
- 사건의 경위 - 계약 위반의 동기와 과정
- 당사자의 자력 - 외국법인의 경제적 능력
- 채무의 성질 - 합작투자 균형 회복의 중요성
- 위반행위의 정도 - 일방적인 이사회 장악의 심각성
- 예상되는 이익 - B회사가 얻을 경영권상 이익
- 피해 회복의 곤란성 - 다른 구제수단의 부족
실제 처벌과 결과
주문: B회사는 이사 3명을 해임하는 안건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하라
간접강제: 미이행시 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하루 100만원씩 배상
소송비용: B회사가 모든 상고비용 부담
실무적 효과: B회사는 결국 약속을 지켜 이사회 균형을 원상복구해야 했습니다.
유사한 실제 사례들
- 가족기업 승계 분쟁 - 형제간 지분 약정 위반시 의결권 행사 제한
- 벤처투자 계약 - 투자자의 거부권 행사에 관한 약정
- MOU 위반 사건 - 전략적 파트너십에서의 의결권 제한
- 지배구조 개선 - 주주간 협약을 통한 경영권 분산
합작투자시 주의사항
1단계: 명확한 권한 배분 - 이사 선임, 중요 의사결정 등 구체적 기준 명시
2단계: 위반시 구제방안 - 의결권 행사 강제, 손해배상, 계약해지 등
3단계: 분쟁해결절차 - 중재, 조정, 관할법원 등 사전 합의
4단계: 정기적 점검 - 약정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장치
• 몰래 의결권 행사: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 결정
• 약정 무시: "어차피 지분이 많으니까"라는 식의 행동
• 정보 독점: 합작 파트너에게 중요 정보 숨기기
• 구제절차 방해: 합의된 분쟁해결 절차 거부
합작투자의 균형 원리
이번 판례는 합작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을 보여줍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지분 비율이 다르더라도 애초 약속한 균형과 역할 분담은 지켜져야 합니다. 계약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며,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면 강력한 법적 제재를 받게 됩니다.
간접강제의 새로운 활용
이 사건은 간접강제 제도의 효과적 활용 사례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의결권 행사라는 특수한 의무에 대해 강력한 심리적 압박과 경제적 제재를 동시에 가한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합작투자나 주주간 약정에서는 서로 간의 약속이 생명입니다. 지분이 많다고, 경영권이 있다고 해서 약속을 어기면 결국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계약서의 모든 조항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