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파주의 한 종중에서 A씨에게 토지를 명의신탁했는데, A씨가 이 땅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돈을 빌렸다가, 나중에는 아예 그 땅을 팔아버렸습니다. 법원에서는 근저당권 설정과 토지 매도를 각각 별개의 횡령죄로 봤다고 하니,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사건의 전말

1
1995년 10월 20일 - 명의신탁

피고인 A씨가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답 2필지(총 4,677㎡)를 명의신탁 받았습니다. 종중 땅을 A씨 명의로 등기해둔 거죠.

2
1995년 11월 30일 - 첫 번째 근저당권

A씨가 자신의 개인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돈을 빌리려고 이 땅에 채권최고액 1,4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종중 모르게 말이죠.

3
2003년 4월 15일 - 두 번째 근저당권

그것도 모자라서 8년 후에는 또 다른 사람에게 채권최고액 750만원의 근저당권을 추가로 설정했습니다.

4
2009년 2월 21일 - 토지 매도

결국 A씨와 B씨가 공모해서 이 토지를 제3자에게 1억 9,300만원에 아예 매도해버렸습니다. 종중 허락도 없이요.

5
법정 다툼

피고인들은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으로 이미 횡령죄가 성립했으니, 나중에 토지를 매도한 것은 불가벌적 사후행위라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최종 판단

"근저당권 설정과 토지 매도는 각각 별개의 횡령죄다"

핵심 쟁점: 불가벌적 사후행위란?

불가벌적 사후행위의 개념

범죄가 이미 완성된 후에 하는 행위 중에서 새로운 법익침해를 가하지 않는 행위는 별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도둑질한 물건을 숨기거나 팔아치우는 행위는 이미 성립한 절도죄에 포함되어 별도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대법원이 별개 범죄로 본 이유

대법원의 판단 기준

"후행 처분행위가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
  • 근저당권 설정: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만 위험 발생
  • 토지 매도: 토지 전체가 완전히 타인에게 넘어가는 위험
  • 위험의 성격: 근저당권 실행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의 법익침해
  • 결과의 차이: 근저당권은 담보, 매도는 소유권 완전 이전

쉽게 말하면,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과 토지를 아예 팔아버린 것은 완전히 다른 성질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처벌 결과

횡령죄별 처벌 내용

첫 번째 횡령죄: 1995년 근저당권 설정행위

두 번째 횡령죄: 2003년 추가 근저당권 설정행위

세 번째 횡령죄: 2009년 토지 매도행위 (A씨, B씨 공모)

예상 처벌: 각 횡령죄마다 개별 형량 산정 후 경합범 처리

횡령죄 법정형

• 일반 횡령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 업무상 횡령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 경합범 처리: 가장 중한 죄의 장기에 1/2을 가중하여 처벌

명의신탁의 위험성

이번 사건은 명의신탁의 위험성을 잘 보여줍니다:

명의신탁 시 주의사항
  • 법률적 소유자: 등기부상 명의자가 법적으로는 소유자로 인정
  • 처분권한: 명의수탁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처분 가능
  • 제3자 보호: 선의의 제3자는 법적으로 보호받음
  • 회복의 어려움: 일단 매도되면 원상회복이 매우 어려움

유사한 실제 사례들

최근 관련 판례들

• 서울고법 2020나2***: 명의신탁 부동산 무단 매도, 손해배상 5억원

• 대법원 2019도1***: 종중 토지 명의신탁 후 근저당권 설정, 징역 1년

• 수원지법 2021고합**: 친족간 명의신탁 부동산 매도, 징역 2년

명의신탁 대안과 예방법

안전한 대안들
  • 신탁법상 신탁: 법적으로 보장되는 신탁 제도 이용
  • 공동명의: 여러 명의 공동명의로 등기
  • 법인 설립: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 설립
  • 정기 확인: 등기부등본 정기적 확인으로 무단 처분 방지
  • 계약서 작성: 명의신탁계약서에 처분금지 조항 명시
명의신탁 관련 주의사항

• 부동산실명법 위반: 과태료 부과 (취득가액의 10~30%)

• 증여세 문제: 명의신탁 해지 시 증여세 부과 가능

• 상속세 문제: 명의수탁자 사망 시 상속재산 포함

판례의 의미와 시사점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횡령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했습니다:

중요한 변화: 기존에는 한 번 횡령죄가 성립하면 이후 행위들을 모두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봤지만, 이제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는 행위는 별개 범죄로 처벌합니다.

이는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 연속적인 재산범죄에 대한 처벌을 엄격하게 하겠다는 법원의 의지로 해석됩니다.

실생활 교훈

다른 사람의 재산을 보관하거나 관리할 때는 절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설령 작은 금액이라도 나중에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으며, 각각이 별개의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