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황당한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2009년 6월, 어떤 단체가 한 달 동안 8번의 집회를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단 한 번도 집회를 열지 않았죠. 목적은 오직 하나, 다른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건의 전말
○○○○○○○ 서울시협의회가 "기초질서지키기운동 및 새서울 거리청결운동"이라는 명목으로 집회를 신고했습니다. 장소는 서울광장, 시간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참가예정인원은 1,000명 이상이었습니다.
피고인이 2009년 6월 27일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하려고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이미 앞의 단체가 신고를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남대문경찰서장이 "먼저 신고된 집회가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집회에 대해 금지통고를 했습니다. 집시법 제8조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피고인은 금지통고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이에 대해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먼저 신고한 단체가 2009년 6월 한 달 동안 8번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단 한 번도 집회를 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허위 집회신고인지 면밀히 심리하라"며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역사적 판결이었습니다.
"허위 집회신고로 다른 집회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허위 집회신고의 실체
이 사건에서 드러난 허위 집회신고의 실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 신고 횟수: 2009년 6월 한 달 동안 총 8회
• 실제 개최: 단 한 번도 없음 (개최율 0%)
• 신고 내용: 매번 서울광장, 일출~일몰, 1,000명 이상
• 명목: "기초질서지키기운동 및 새서울 거리청결운동"
• 실제 목적: 다른 집회 개최 봉쇄
집시법 제8조의 원래 취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8조는 원래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일까요?
조문 내용: "관할경찰관서장은 집회 또는 시위의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신고가 있는 경우 그 목적으로 보아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되면 뒤에 접수된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금지를 통고할 수 있다"
입법 취지: 동일 시간·장소에서 상반되는 집회로 인한 충돌 방지
적용 조건: 시간·장소 중복 + 목적 상반 또는 방해
대법원이 제시한 새로운 기준
• 참여예정인원: 실제 동원 가능한 인원인지 검토
• 집회의 목적: 명시된 목적에 부합하는 규모와 시간인지 확인
• 집회 개최 이력: 과거 신고 대비 실제 개최 비율
• 상반 가능성: 두 집회가 실제로 상반되거나 방해되는지
• 종합 판단: 봉쇄 목적의 허위신고인지 객관적 확인
이 사건의 구체적 문제점
상식적으로 이상한 점들
"기초질서지키기운동"이라는 목적으로 1,000명 이상이 서울광장 전체에서 일출부터 일몰까지 집회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더구나 한 달 동안 8번이나 신고하고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히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의 잘못된 판단
• 형식적 판단: 단순히 "먼저 신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금지
• 실질 심사 부족: 먼저 신고된 집회의 실제 개최 가능성 미확인
• 허위신고 방치: 명백한 허위신고 패턴을 간과
• 집회 자유 침해: 정당한 집회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
대법원이 강조한 원칙
- 실질적 심사: 형식이 아닌 실질을 봐야 함
- 허위신고 차단: 집회 방해 목적의 가장신고 배제
- 비례원칙: 집회 목적에 비례하는 규모와 시간인지 확인
- 개최 이력 확인: 과거 신고 대비 실제 개최율 검토
- 종합 판단: 모든 정황을 종합하여 판단
집회 신고 경합시 올바른 절차
앞으로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1단계: 먼저 신고된 집회의 실제 개최 가능성 확인
2단계: 신고자의 과거 집회 개최 이력 조사
3단계: 집회 목적과 규모, 시간의 합리성 검토
4단계: 두 집회의 실질적 상반 또는 방해 가능성 판단
5단계: 허위신고가 명백한 경우 후순위 집회 허용
집회 신고자가 알아야 할 권리
• 실질적 심사를 받을 권리: 단순 순서가 아닌 실질적 판단 요구
• 이의제기 권리: 부당한 금지통고에 대한 이의신청
• 허위신고 신고 권리: 명백한 방해 목적 신고 신고
• 법적 구제 권리: 행정소송을 통한 구제
허위 집회신고의 처벌
• 집시법상 처벌: 현행법상 명시적 처벌 조항 없음
• 업무방해죄: 경찰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 적용 가능
• 집회 자유 침해: 타인의 집회 권리를 침해한 민사책임
• 행정적 조치: 향후 집회신고시 엄격한 심사
실제 유사 사례들
• 광화문 광장 사건: 보수단체가 진보집회 방해 목적으로 선점신고 (2016)
• 여의도 집회 사건: 동일인이 연속으로 허위신고하여 다른 집회 차단 (2018)
• 시청앞 집회 사건: 실체 없는 단체의 반복적 방해신고 (2020)
• 대학가 집회 사건: 학생회 선거 시기 의도적 방해신고 (2022)
집회의 자유와 민주주의
헌법상 기본권으로서의 집회의 자유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입니다. 이를 허위신고로 방해하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이 판례는 형식적 절차보다 실질적 권리 보장이 우선해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을 확립했습니다.
법 개정의 필요성
- 허위신고 처벌 조항: 명시적인 처벌 규정 신설
- 실질심사 의무화: 경찰의 실질적 심사 의무 명문화
- 이의신청 절차: 금지통고에 대한 신속한 구제 절차
- 손해배상 책임: 허위신고로 인한 피해 배상 근거
시민사회의 역할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시민사회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합니다:
• 집회신고 모니터링: 의심스러운 허위신고 패턴 감시
• 경찰 행정 견제: 부당한 집회금지 통고에 대한 이의제기
• 법률 지원: 집회 자유 침해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
• 제도 개선 요구: 집시법 개정을 위한 시민사회 연대
이 판례가 남긴 교훈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하다
이 판례는 법의 형식적 적용보다 실질적 정의가 우선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아무리 법조문이 명확해도, 그것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도구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현재적 의미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판례 -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이를 허위신고로 짓밟으려는 시도에 대해 사법부가 명확한 선을 그은 것은 우리 민주주의 발전에 큰 의미가 있다. 형식적 절차보다 실질적 권리 보장이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한 역사적 판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판례는 현재도 집회 관련 분쟁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정치적 대립이 심한 시기에 상대방 집회를 방해하려는 시도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무상 적용 사례
• 경찰 심사 기준 강화: 단순 접수순서가 아닌 실질적 심사 도입
• 허위신고 적발 증가: 과거 개최이력 등을 통한 허위신고 걸러내기
• 집회 권리 보장 확대: 정당한 집회에 대한 보호 강화
• 법원 판단 기준 제시: 하급심에서도 동일한 기준 적용
아직 남은 과제들
• 처벌 조항 부재: 허위신고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 없음
• 사후구제 한계: 집회 당일 이후에야 구제받는 현실
• 경찰 재량 남용: 여전히 자의적 판단 가능성 존재
• 입증 책임: 허위신고임을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
다른 나라의 사례
• 독일: 집회 자유 원칙, 신고제가 아닌 통지제
• 프랑스: 사전 허가제이지만 허위신고시 엄중 처벌
• 영국: 평화적 집회는 신고 없이도 가능
• 미국: 표현의 자유 우선, 시간·장소·방법만 규제
마무리: 민주주의 성숙을 위한 교훈
진정한 민주주의란
이 사건은 진정한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이라고 해서 허위신고로 막으려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평화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건전한 민주사회가 됩니다.
무엇보다 이 판례는 "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헌법 정신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습니다. 형식적 절차에 매몰되어 실질적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명확한 메시지가 담긴 역사적 판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