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 한 사람이 유서를 대신 써준 것으로 자살방조 혐의를 받아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20여 년 후 재심에서 국과수 감정인이 거짓증언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완전히 뒤바뀐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건의 전말

1
1990년대 초 - 자살 사건 발생

한 사람이 자살하면서 유서를 남겼습니다. 경찰은 이 유서가 피고인이 대신 써준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2
국과수 필적감정 의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필적감정을 의뢰했고, 감정인이 "유서와 피고인 필적이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3
1심 재판 - 감정인 증언

감정인은 법정에서 "국과수 감정인 4명이 모두 직접 참여해 공동심의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4
유죄 확정판결

필적감정을 주요 근거로 피고인에게 자살방조죄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5
2007년 - 과거사위원회 조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6
감정인의 번복 증언

같은 감정인이 과거사위원회에서는 "화학노트와 유서의 동일 필적 특징을 찾기가 대단히 어려웠다"고 완전히 다른 증언을 했습니다.

7
2015년 - 대법원 재심 무죄

결국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20여 년 만에 진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대법원 최종 판단

"필적감정 결과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무죄 확정

무엇이 문제였을까

대법원은 국과수 감정인의 필적감정에서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들을 발견했습니다:

발견된 문제점들

1. 일관성 없는 특징 분석 - 감정인이 내세우는 특징들 중 일부는 항상 나타나는 특징이 아니었습니다.


2. 자의적 해석 - 'ㅎ' 글자의 필법 특징을 "최근에 변형된 것"이라며 임의로 제외했는데,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3. 상반된 특징 - 유서에는 'ㅆ'의 제2획을 생략하는 특징이 있었지만, 피고인의 다른 글에서는 이런 특징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발견

거짓 증언 발각: 감정인은 1심에서 "4명의 감정인이 모두 직접 참여해 공동심의했다"고 증언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감정인들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전후 모순 증언: 같은 감정인이 과거사위원회에서는 "동일 필적 특징을 찾기 어려웠다"고 완전히 반대되는 증언을 했습니다.

재심제도의 중요한 의미

재심에서 '다시' 심판한다는 의미

대법원은 이번 판례에서 재심의 본질을 명확히 했습니다. 재심은 기존 판결의 당부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새로 심판하는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이는 재심제도가 단순히 절차적 하자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찾기 위한 근본적인 재검토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과학수사의 맹점

이 사건은 과학수사에 대한 맹신의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과학수사 감정의 한계
  • 감정인의 주관성: 아무리 과학적이라 해도 결국 사람이 해석하는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될 수 있습니다
  • 외부 압력: 수사기관의 기대나 압력이 감정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 검증 시스템 부재: 당시에는 감정 결과를 재검증할 독립적인 시스템이 부족했습니다
  • 전문성에 대한 맹신: 법관과 일반인들이 과학적 증거를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처벌과 피해

원래 선고형과 실제 피해

원 판결: 자살방조죄 유죄 (구체적 형량 미상)

재심 결과: 완전 무죄

20여 년간의 피해:

  • 전과자로서의 사회적 낙인
  • 취업과 사회활동의 제약
  • 정신적 고통과 가족의 고통
  • 법적 구제를 위한 오랜 투쟁

유사한 과학수사 문제 사례들

국내외 유사 사례

화성 연쇄살인사건 - DNA 증거 재분석으로 진범 발견 (2019)


미국 FBI 모발감정 오류 - 수십 년간 잘못된 모발감정으로 무고한 사람들 처벌


지문감정 오류 사건들 - 전 세계적으로 지문감정 실수로 인한 오판 사례 다수 발생

현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개선된 과학수사 시스템
  • 복수 감정제도: 중요한 사건은 여러 기관에서 교차 검증
  • 품질관리 시스템: 국과수 내부 검증 절차 강화
  • 감정서 상세화: 감정 과정과 근거를 더욱 구체적으로 기록
  • 재감정 기회 확대: 피고인 측에서 독립적 재감정을 받을 기회 증가
  • 법관 교육: 과학적 증거의 한계에 대한 법관 교육 강화

우리가 알아야 할 교훈

과학수사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아무리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증거라 하더라도 충분한 검증과 교차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형사재판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이번 판례는 단순히 한 개인의 무죄를 확인한 것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과학수사 시스템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진실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검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사건입니다.

자살방조죄 현행 처벌 규정

형법 제252조 제2항: 사람을 교사하거나 방조하여 자살하게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주요 쟁점: 단순히 도움을 준 것과 적극적으로 부추긴 것 사이의 구분이 중요

입증 책임: 검사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해야 함 (무죄추정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