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이야기

법이 바뀌면 무조건 가벼운 처벌? 동기설 폐지의 모든 것

등록일 | 2025-11-14
법이 바뀌면 무조건 가벼운 처벌? 동기설 폐지의 모든 것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법이 바뀌면 무조건 가벼운 처벌? 동기설 폐지의 모든 것

형법 제1조 제2항 전원합의체 동기설 폐지 소급효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피고인. 재판 중 법이 바뀌어 형량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런데 예전 판례는 "법이 왜 바뀌었는지" 그 동기를 따져서 적용 여부를 결정했어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런 불명확한 기준을 완전히 폐지했습니다. 형법의 기본 원칙이 바뀐 역사적 순간입니다.

사건의 시작

피고인이 전동킥보드를 음주운전했어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죠. 그런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법정형이 종전보다 가벼워졌습니다.
이럴 때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할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가벼워진 신법을 적용하는 게 맞아 보이죠. 실제로 형법 제1조 제2항도 그렇게 정하고 있어요.
형법 제1조 제2항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에 따른다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범죄 후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된 때에는 판결로써 면소를 선고하여야 한다
법 조문은 명확합니다. 법률이 변경되어 형이 가벼워지면 신법을 적용한다. 단순명쾌하죠. 그런데 판례는 오랫동안 다른 길을 걸어왔어요.

종전 판례의 '동기설'이란?

종전 대법원은 법률이 변경된 '동기'를 따졌습니다. 법 조문에는 없는 기준을 만들어낸 거예요.

동기설의 구분 기준

반성적 고려에 의한 변경

"처벌이 부당했다"
"형량이 과중했다"

신법 적용 ○
정책적 필요에 의한 변경

사실관계 변화
행정적 편의

구법 적용 ○
"반성적 고려"로 법이 바뀌었다면 신법을 적용하지만, "정책적 필요"로 바뀐 거라면 여전히 구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였어요. 문제는 이 구분이 너무 불명확했다는 점입니다.
법이 왜 바뀌었는지 그 동기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국회에서 법 개정 이유를 밝히긴 하지만, 그게 "반성적 고려"인지 "정책적 필요"인지 구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어요. 판사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밖에 없었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단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
법률 변경 동기를 따지지 않고
형이 가벼워지면 원칙적으로 신법 적용한다
(동기설 폐지)
대법원은 동기설을 완전히 폐지했습니다. 이제 법이 바뀌어서 형이 가벼워지면, 그 법이 왜 바뀌었는지 따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신법을 적용한다는 거예요.

새로운 기준의 핵심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하여 규정한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위임을 받은 법령이 변경되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에는:
  • 종전 법령이 범죄로 정하여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를 적용한다
법 조문 그대로 돌아간 겁니다. 더 이상 불명확한 "동기"를 따질 필요가 없어요.

숨어있는 또 다른 쟁점들

1. 하위 법령 변경도 포함된다

형벌법규 자체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수권·위임을 받은 법령(고시, 행정규칙 등)이 변경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형벌법규가 대통령령이나 고시에 구체적 기준을 위임했는데, 그 고시가 변경되어 형이 가벼워진 경우에도 신법이 적용돼요. 단, 이런 하위 규정이 위임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2. 관련 없는 법령 변경은 제외

반대로 해당 형벌법규와 직접 관련 없는 다른 법령이 변경되어 간접적으로 형이 가벼워진 경우는 형법 제1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아요.

3. 한시법은 어떻게?

특정 기간만 효력을 갖는 법(한시법)이 유효기간 경과로 효력을 잃은 경우는 어떨까요?
종전 동기설은 이것도 동기를 따졌어요. "법률적 이념의 변경"이면 신법 적용, "사실관계 변화"면 구법 적용.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대법원은 한시법이 유효기간 경과로 효력을 잃은 것은 애초에 "법령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어요. 법이 개정되거나 폐지된 게 아니라, 원래 정해진 기간이 지나서 자동으로 효력이 없어진 것이니까요.
따라서 한시법의 경우 형법 제1조 제2항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동기를 따질 필요도 없는 거죠.

구체적 사안의 해결

사건 발생
피고인이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으로 도로교통법 위반 기소
재판 중 법 개정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어 법정형이 종전보다 가벼워짐
법 적용 문제
종전 동기설이라면 개정 동기가 "반성적 고려"인지 "정책적 필요"인지 따져야 했을 것
전원합의체 판단
동기를 따지지 않고 형이 가벼워진 이상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제2항 적용
결론
개정 도로교통법(신법)에 따라 처벌하도록 파기환송

이 판결의 의미

법적 명확성의 회복
법 조문에 없는 "동기"라는 불명확한 기준이 사라졌어요. 이제는 법이 바뀌어 형이 가벼워졌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 거죠.
피고인에게 유리한 변화
법 개정의 혜택을 더 많은 피고인이 받을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에는 "정책적 필요" 운운하며 신법 적용을 거부했던 경우들도 이제는 신법이 적용됩니다.
죄형법정주의의 강화
형법의 기본 원칙인 죄형법정주의가 더 강화됐어요. 법률에 명확히 규정된 기준만으로 처벌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관철된 겁니다.
입법권에 대한 존중
법원이 국회가 만든 법의 "진짜 의도"를 추측하며 재해석하는 것을 멈췄어요. 국회가 법을 바꾸면 그 법대로 적용한다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확인한 겁니다.
요점 정리
법이 바뀌어 형이 가벼워지면 이제 그 이유를 따지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판례가 유지해온 "동기설"이 완전히 폐지되었어요. 반성적 고려인지 정책적 필요인지 구분할 필요 없이, 형벌법규나 그로부터 위임받은 법령이 변경되어 형이 가벼워지면 원칙적으로 신법을 적용합니다. 이는 법적 명확성을 높이고 예측 가능성을 강화하며,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더욱 충실히 구현한 역사적 판결입니다. 다만 한시법이 유효기간 경과로 효력을 잃은 경우는 법령의 변경 자체가 아니므로 형법 제1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이 판결로 형법의 기본 원칙이 더욱 명확해졌고, 국민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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