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보증금 2천만원짜리 임대차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조기 퇴거 대가로 2억원을 받기로 약속했습니다. 무려 보증금의 10배인 거액이었죠. 과연 이런 약정이 법적으로 유효할까요?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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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임대차 계약

2019년 6월, 원고가 서울 광진구의 한 주택을 보증금 2천만원, 월세 60만원으로 임차했습니다. 임대차 기간은 2019.9.20~2021.9.19까지 2년이었죠.

2
개발업체와의 매매계약

2020년 7월, 집주인이 개발업체에 그 주택을 포함한 부지를 15억 6천만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다세대주택을 짓기 위해서였어요.

3
위험한 특약

매매계약에는 "임차인들을 퇴거시키지 못하면 위약금 6억 8400만원을 부담한다"는 무서운 특약이 들어있었습니다. 집주인이 스스로 목을 맨 거죠.

4
세입자의 거부

집주인이 임대차 해지를 요구했지만 원고는 거부했습니다. 아직 임대차 기간이 1년 가까이 남아있었거든요.

5
파격적인 합의

2020년 11월 26일, 양측이 협의해서 조기 퇴거 대가로 2억 2500만원(인도 합의금 2억 + 이사비 500만 + 보증금 2천만)을 지급하기로 약정했습니다!

6
약속 위반

원고가 약속대로 집을 비워주었지만, 집주인은 2억원을 주지 않고 보증금과 이사비 2500만원만 주고 도망쳤습니다.

금액 비교

임차보증금: 2,000만원
조기퇴거 합의금: 2억원
비율: 무려 10배!

대법원 최종 판단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아니다. 약정금 2억원 지급하라"

불공정한 법률행위란 무엇인가

먼저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개념부터 알아봅시다: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

1. 객관적 요건: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
2. 주관적 요건: 상대방의 궁박, 경솔, 무경험을 이용
→ 둘 다 충족되어야 무효

집주인 측 주장: "이건 불공정하다"

집주인(피고) 측 논리

객관적 불균형: 세입자가 포기한 임차권 가치는 500만원 정도인데, 대가로 2억원을 받는 것은 40배 차이

주관적 요건: 6억 8400만원 위약금 부담 위험에 처한 집주인의 경제적 궁박 상태를 세입자가 이용

결론: 민법 제104조에 따라 약정 무효

2심 법원의 잘못된 판단

2심 법원은 집주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계산했습니다:

2

2심의 계산법 (잘못된 방법)

세입자 급부 = 임차권 포기(500만) + 위약금 면제 효과(6억 8400만)
집주인 급부 = 약정금 2억 2500만원
→ 오히려 세입자가 더 많이 주는 것이니 불균형 없다?

대법원이 2심을 뒤집은 이유

대법원은 2심의 계산법이 틀렸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급부와 반대급부 판단의 올바른 기준
  • 급부 범위: 해당 계약에서 정한 급부만 고려
  • 제3자 효과 배제: 다른 계약 관계의 이익은 포함 안 함
  • 세입자 급부: 임차권 포기 + 조기 인도 (위약금 효과 제외)
  • 집주인 급부: 약정금 2억 2500만원
대법원이 지적한 2심의 오류

문제점: 제3자와의 계약 효과(위약금 면제)를 세입자 급부에 포함

부작용: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대부분 불공정성이 부정되는 부당한 결과

올바른 방법: 오직 당사자 간 약정 내용만으로 판단

그럼에도 유효하다고 본 이유

대법원은 객관적 불균형은 인정했지만, 주관적 요건에서 집주인을 구제하지 않았습니다:

"궁박"이 인정되지 않은 이유
  • 자초한 상황: 집주인이 스스로 위험한 특약에 합의
  • 계산된 선택: 15억원 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한 것
  • 예측 가능: 세입자 퇴거 문제를 미리 알고 있었음
  • 다른 대안: 매매계약 해제 등의 방법도 있었음

궁박의 의미와 판단 기준

대법원이 제시한 "궁박" 개념의 핵심 내용입니다:

궁박(窮迫)의 정의

"급박한 곤궁" 상태를 의미합니다. 경제적 원인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원인도 포함되며, 당사자의 나이, 직업, 교육 정도, 재산 상태, 상황의 절박성 등을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자초한 궁박"은 보호받기 어려움

원칙: 스스로 만든 곤란한 상황은 민법 제104조 보호 대상 아님

이 사건: 집주인이 위험한 특약을 감수하고 매매계약을 체결

판단: 15억원 수익을 위해 감수한 위험이므로 궁박 인정 어려움

실무상 중요한 교훈

불공정한 법률행위 판단 포인트
  • 급부 범위: 당사자 간 약정 내용만으로 한정
  • 제3자 효과: 다른 계약의 이익/손실은 직접 고려 안 함
  • 궁박 판단: 자초한 상황은 엄격하게 판단
  • 종합 고려: 경위, 배경, 대안 등 모든 사정 검토

유사한 실제 사례들

임대차 관련 불공정 계약 사례
  • 상가 권리금 포기: 급박한 상황에서 권리금 전액 포기 계약
  • 전세금 대폭 삭감: 임대인 파산 위기 이용한 전세금 깎기
  • 조기 해지 위약금: 과도한 위약금으로 세입자 옭아매기
  • 보증금 미반환: 세입자 급박함 이용한 보증금 포기 약정

임대인이 주의해야 할 점

임대인의 위험한 행동들

• 무리한 특약: 감당하기 어려운 위약금 조건 합의

• 이중 계약: 임대차 중 성급한 매매계약 체결

• 세입자 무시: 세입자 권리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계획

• 법적 검토 소홀: 계약서 작성 시 전문가 상담 생략

세입자가 알아야 할 권리

세입자의 협상 포인트
  • 임대차 기간: 계약 기간 중에는 보호받을 권리
  • 적정한 보상: 조기 퇴거 시 합리적 보상 요구
  • 협상 자세: 임대인의 급박함을 과도하게 이용 금지
  • 서면 합의: 모든 조건을 명확하게 서면으로 정리

개발업체의 관점

이 사건에서 개발업체의 역할도 주목할 만합니다:

개발업체의 전략

개발업체는 거액의 위약금 조건을 내세워 임대인이 스스로 세입자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했습니다. 이는 개발 리스크를 임대인에게 전가하는 일종의 리스크 헷지 전략이었죠.

부동산 개발 시 주의사항

개발 프로젝트 리스크 관리

• 임차인 현황: 매수 전 모든 임차인 권리관계 파악

• 퇴거 계획: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퇴거 방안 수립

• 위약금 조건: 과도한 위약금은 양측 모두에게 독

• 법적 검토: 임대차보호법 등 관련 법령 철저 검토

일상생활 속 교훈

이 사건은 계약 시 신중함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큰 이익을 얻으려 할 때는 그에 따른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기억하세요!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단순히 금액 차이가 크다고 해서 인정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궁박, 경솔, 무경험을 이용했는지가 핵심이며, 특히 자신이 자초한 상황에서는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계약할 때는 충분한 검토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며, 무리한 조건은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