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근로자들의 동의나 협의 없이 공장 내부에 CCTV를 설치했습니다. 근로자들은 감시당한다는 느낌에 반발해 CCTV 카메라에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을 막았어요. 회사는 이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했고, 근로자들은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CCTV 작동 상태에 따라 결론을 달리 봤어요.
왜 근로자들은 비닐봉지를 씌웠을까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공장 내부 곳곳에 CCTV가 설치된 걸 발견했습니다. 문제는 회사가 근로자들의 동의 절차나 협의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죠. 우리를 감시하려는 건가?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겠다는 건가? 그래서 항의의 표시로 CCTV 카메라에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회사는 이 행위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보고 형사고소를 했어요.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라고 맞섰습니다.
업무방해죄와 정당행위
업무방해죄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면 성립합니다. 하지만 형법 제20조가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정당행위로 처벌받지 않아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 윤리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정당행위가 되려면 5가지 요건이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다음 5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판시했어요.
-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 이유가 정당해야 합니다
-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그 방법이 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했어야 해요
-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균형성: 지키려는 이익이 침해하는 이익보다 커야 합니다
- 긴급성: 급박한 상황이어야 해요
- 보충성: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어야 합니다
이 5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흥미로운 점은 대법원이 CCTV의 작동 상태에 따라 판단을 달리했다는 거예요.
핵심 쟁점: CCTV 작동 여부가 결정적
대법원은 이 사건을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눠서 판단했습니다.
상황별 판단
시험 가동 단계
아직 정식 작동 전
테스트만 하는 상태
아직 정식 작동 전
테스트만 하는 상태
정식 작동 단계
본격적으로 촬영 중
근로자 감시 시작
본격적으로 촬영 중
근로자 감시 시작
첫 번째 경우: CCTV를 작동하지 않았거나 시험 가동만 한 상태
회사가 CCTV를 아직 정식으로 작동시키지 않았거나, 단순히 "잘 작동하나?" 테스트만 하고 있던 단계였어요. 이때 근로자들이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을 방해했다면?
대법원 판단
시험 가동 단계에서 방해한 행위는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
아직 본격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단계가 아니었는데 미리 방해했다는 점에서,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본 거예요. 특히 긴급성 요건이 결여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경우: CCTV를 정식으로 작동시킨 상태
반면 회사가 정식으로 CCTV를 작동시켜 본격적으로 근로자들을 촬영하기 시작한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대법원 판단
정식 작동 후 방해한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무죄 가능성)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무죄 가능성)
대법원은 이 경우 회사의 정당한 이익이 명백하게 정보주체인 근로자의 권리보다 우선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근로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거죠.
왜 작동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까
언뜻 생각하면 이상해 보일 수 있어요. 같은 행위인데 CCTV가 작동 중인지 아닌지에 따라 범죄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니요.
긴급성의 차이
아직 시험 단계일 때는 실제로 개인정보가 침해되는 상황이 아니에요. 회사와 협의할 시간도 충분하죠. 하지만 정식으로 작동 중이라면 지금 당장 내 모습이 촬영되고 있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정당행위의 긴급성 요건이 충족되는 거예요.
아직 시험 단계일 때는 실제로 개인정보가 침해되는 상황이 아니에요. 회사와 협의할 시간도 충분하죠. 하지만 정식으로 작동 중이라면 지금 당장 내 모습이 촬영되고 있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정당행위의 긴급성 요건이 충족되는 거예요.
보호이익의 현실성
시험 단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정식 작동 후에는 실제로 개인정보가 수집·처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호해야 할 이익이 현실화된 거죠.
시험 단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정식 작동 후에는 실제로 개인정보가 수집·처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호해야 할 이익이 현실화된 거죠.
상황 1: 시험 가동 단계
아직 감시가 시작되지 않음 → 긴급성 없음 → 회사와 협의 가능 → 정당행위 인정 어려움
상황 2: 정식 작동 단계
감시가 진행 중 → 긴급성 있음 → 개인정보 침해 현실화 → 정당행위 가능성 있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vs 시설관리권
이 판결의 배경에는 두 가지 권리가 충돌하고 있어요.
근로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입니다.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예요. 동의 없이 CCTV로 촬영당하는 것은 이 권리를 침해하는 겁니다.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입니다.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예요. 동의 없이 CCTV로 촬영당하는 것은 이 권리를 침해하는 겁니다.
회사의 시설관리권
회사도 자신의 시설을 관리하고 보호할 권리가 있어요. CCTV는 도난 방지, 안전 관리 등 정당한 목적으로 설치될 수 있죠.
회사도 자신의 시설을 관리하고 보호할 권리가 있어요. CCTV는 도난 방지, 안전 관리 등 정당한 목적으로 설치될 수 있죠.
대법원은 정식 작동 단계에서는 근로자들의 동의나 협의 없이 설치된 CCTV라는 점을 중요하게 봤어요. 회사의 시설관리 필요성이 근로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보다 명백하게 우선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제한
개인정보보호법은 공개된 장소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할 때 정보주체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안내판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근로자에 대한 감시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됩니다.
실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회사 입장에서
공장이나 사업장에 CCTV를 설치하려면 반드시 근로자들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해요. 설치 목적, 촬영 범위, 보관 기간 등을 명확히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설치했다가는 정당행위 항변에 부딪힐 수 있어요.
공장이나 사업장에 CCTV를 설치하려면 반드시 근로자들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해요. 설치 목적, 촬영 범위, 보관 기간 등을 명확히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설치했다가는 정당행위 항변에 부딪힐 수 있어요.
근로자 입장에서
동의 없이 설치된 CCTV에 대해서는 항의할 권리가 있지만, 방법과 시기가 중요합니다. 시험 단계에서 미리 방해하면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고, 정식 작동 후라면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동의 없이 설치된 CCTV에 대해서는 항의할 권리가 있지만, 방법과 시기가 중요합니다. 시험 단계에서 미리 방해하면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고, 정식 작동 후라면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바람직한 해결 방법
물리적 방해보다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를 통한 협의, 고용노동부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 등 합법적 절차를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업무방해죄로 기소되면 본인만 손해예요.
물리적 방해보다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를 통한 협의, 고용노동부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 등 합법적 절차를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업무방해죄로 기소되면 본인만 손해예요.
요점 정리
근로자 동의 없이 설치된 공장 내 CCTV에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을 방해한 행위는, CCTV의 작동 상태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집니다. 아직 시험 가동 단계라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정식으로 작동 중이라면 근로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있어요. 이는 회사의 시설관리권과 근로자의 기본권이 충돌할 때, 근로자의 동의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와 침해의 현실성을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입니다. 회사는 CCTV 설치 전 반드시 근로자와 협의해야 하고, 근로자는 합법적 절차를 통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