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부터 정식으로 스마트키를 받아 자유롭게 출입하던 직원이 야간에 회사 물건을 훔쳤습니다. 검찰은 절도죄는 물론 야간건조물침입죄로도 기소했어요. 하지만 대법원은 출입권한이 있었으므로 건조물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범죄 목적이 있어도 정당한 출입권한으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침입이 아니라는 겁니다.
사건의 전개
피고인은 2018년 초 피해 회사 설립 당시부터 자신의 직원 5명이 파견 근무 중이었어요. 업무상 편의를 위해 피해자로부터 회사 출입용 스마트키를 교부받았고, 회사에는 피고인의 지문까지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그 이후 여러 차례 피해 회사에 자유롭게 출입했어요. 그런데 2019년 2월 10일 밤 10시경, 평소처럼 스마트키를 이용해 회사 문을 열고 들어가 회사와 피해자의 물건을 훔쳤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을 야간건조물침입절도죄로 기소했어요. 절도죄만이 아니라 건조물에 '침입'했다는 것까지 포함된 더 무거운 죄명이었습니다. 과연 출입권한을 가진 사람이 범죄 목적으로 건물에 들어가면 침입죄가 될까요?
건조물침입죄의 핵심 법리
건조물침입죄란?
건조물침입죄는 사실상 건조물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합니다. 따라서 침입이란 건조물 관리자나 이용자가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건조물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해요.
판단 기준은 객관적 행위 태양
대법원은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단순히 관리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거예요.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간다면 대체로 관리자 의사에 반하겠지만, 행위 자체가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이는 주거침입죄뿐만 아니라 건조물침입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에요.
공동 관리자의 출입은 원칙적으로 침입 아님
주거침입죄는 행위자 이외의 타인이 거주하는 주거 등을 객체로 합니다. 따라서 행위자 자신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거주하거나 관리·점유하는 건조물에 임의로 출입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죄나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아요.
다만 예외가 있어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건조물을 관리하던 사람이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거나 건조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리를 상실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
검찰의 주장
절도 목적으로 들어갔으므로
건조물침입죄 성립
절도 목적으로 들어갔으므로
건조물침입죄 성립
피고인의 주장
정당한 출입권한 있었고
통상적 방법으로 출입
정당한 출입권한 있었고
통상적 방법으로 출입
대법원 판단
출입권한이 있고 통상적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범죄 목적이 있어도 건조물침입죄 성립하지 않는다 (무죄)
범죄 목적이 있어도 건조물침입죄 성립하지 않는다 (무죄)
대법원의 상세 판단
판단 1: 공동 관리·점유 관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피해 회사에 대한 출입권한을 부여한 이상, 피해 회사는 피해자가 단독으로 관리·점유하는 건조물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공동으로 관리·점유하는 회사 사무실에 임의로 출입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아요.
판단 2: 특별한 사정 없음
피고인이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했다거나 사실상 지배·관리를 상실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도 보기 어렵습니다. 출입권한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였어요.
판단 3: 통상적 출입 방법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교부받은 스마트키를 이용하여 피해 회사에서 예정한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사무실에 들어갔을 뿐입니다.
판단 4: 객관적 평온 침해 없음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볼 때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피해 회사에 들어갔다고 볼 사정도 없습니다.
결론: 건조물침입죄 불성립
따라서 이 사건에서 건조물침입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절도죄는 별개 문제로 성립할 수 있지만, 건조물침입죄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어요.
주관적 의도 vs 객관적 행위
이 판결의 핵심은 주관적 범죄 의도와 객관적 행위를 분리해서 본다는 점이에요. 피고인이 마음속으로 절도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절도죄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입니다.
하지만 건조물침입죄는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이 있어야 성립해요. 정당한 출입권한을 가진 사람이 열쇠로 문을 열고 평소처럼 들어갔다면, 객관적으로 볼 때 건조물의 평온을 깨뜨린 것이 아니라는 거죠.
만약 출입권한이 박탈된 상태였거나, 창문을 부수고 들어갔거나, 방호요원을 밀치며 강제로 들어갔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그런 경우는 객관적으로도 평온을 깨뜨린 것이 명백하니까요.
실무상 중요한 시사점
출입권한의 유효성이 핵심
직원이나 위탁업체 관계자 등이 업무상 받은 출입권한은 명시적으로 박탈되지 않는 한 유효합니다. 범죄 의도를 가지고 건물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는 출입권한이 소멸되지 않아요.
직원이나 위탁업체 관계자 등이 업무상 받은 출입권한은 명시적으로 박탈되지 않는 한 유효합니다. 범죄 의도를 가지고 건물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는 출입권한이 소멸되지 않아요.
통상적 출입방법의 중요성
교부받은 열쇠나 스마트키를 사용해서 정문으로 들어가는 등 통상적인 출입방법을 따랐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몰래 후문으로 들어가거나 잠금장치를 파괴하면 침입으로 볼 여지가 생겨요.
교부받은 열쇠나 스마트키를 사용해서 정문으로 들어가는 등 통상적인 출입방법을 따랐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몰래 후문으로 들어가거나 잠금장치를 파괴하면 침입으로 볼 여지가 생겨요.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의 연장선
이 판결은 2021년 주거침입죄 판례 변경(거주자 중 한 명의 승낙으로 통상적 방법으로 들어간 경우 침입 아님)의 법리를 건조물침입죄에도 일관되게 적용한 것입니다. 객관적 행위태양 중심의 판단이라는 대원칙을 재확인했어요.
이 판결은 2021년 주거침입죄 판례 변경(거주자 중 한 명의 승낙으로 통상적 방법으로 들어간 경우 침입 아님)의 법리를 건조물침입죄에도 일관되게 적용한 것입니다. 객관적 행위태양 중심의 판단이라는 대원칙을 재확인했어요.
민사적 책임과는 별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절도죄는 여전히 성립하며, 신임관계 위반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물을 수 있어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절도죄는 여전히 성립하며, 신임관계 위반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물을 수 있어요.
요점 정리
정당한 출입권한을 가진 사람이 범죄 목적으로 건물에 들어가도, 통상적인 출입방법을 사용했다면 건조물침입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건조물침입죄의 핵심은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이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쳤는지 여부입니다. 단순히 관리자의 의사에 반한다거나 범죄 의도가 있었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침입에 해당하지 않아요. 출입권한이 명시적으로 박탈되지 않았고, 교부받은 열쇠나 스마트키로 정문을 통해 들어갔다면 공동 관리·점유자로서의 정당한 출입으로 봐야 합니다. 다만 절도죄 등 다른 범죄는 별도로 성립할 수 있으며, 이 판결은 형사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실무상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