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이야기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병원 운영하면 사무장병원일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밝힌 처벌 기준

등록일 | 2025-11-28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병원 운영하면 사무장병원? 전원합의체 기준
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병원 운영하면 사무장병원일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밝힌 처벌 기준

의료법 위반 전원합의체 사무장병원 죄형법정주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이사장으로 취임해 병원을 개설·운영했습니다. 검찰은 사무장병원이라며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어요.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인 개인명의 병원과 의료법인 병원은 판단 기준이 다르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처벌 범위를 명확히 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사건의 배경

피고인은 의사가 아닌 일반인, 즉 비의료인이었어요.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설립허가를 받은 뒤, 그 법인의 이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그리고 의료법인 명의로 요양병원 개설신고를 하고 의사들을 고용해서 환자들을 진료하게 했죠.
검찰은 이를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인 것처럼 가장한 채 개설자격을 위반했다며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어요. 원심도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사무장병원이란?
의료인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자금을 투자하고 의료인을 고용해 형식상으로만 합법적인 것처럼 운영하는 불법 의료기관을 말합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인, 의료법인 등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요.
원심은 피고인이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을 때 일부 재산출연을 가장했고, 임직원들에게 과다한 급여를 지급해서 영리 목적으로 운영했으며, 이사나 감사가 정상적으로 활동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쟁점: 판단 기준의 차이

대법원은 그동안 의료인 개인명의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왔어요. 비의료인이 시설과 인력 충원·관리, 개설신고, 자금 조달, 운영성과 귀속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다면 사무장병원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쟁점은, 이런 기준을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어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명확히 답했습니다. 적용할 수 없다고요.
의료인 개인명의 병원
비의료인의 주도적 관여만으로
사무장병원 인정
의료법인 명의 병원
주도적 관여 + 탈법적 악용
추가 요건 필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
의료법인은 비의료인의 자금 출연과 주도적 관여가 허용되므로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추가 사정이 필요하다 (파기환송)

대법원의 핵심 논리

의료법인의 본질적 특성

의료법인은 재단법인의 성격을 가진 법인이에요. 설립자의 재산출연에 의하여 설립되고 법인의 기관에 의하여 운영됩니다.
중요한 점은, 의료법이 재산출연을 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의료인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는 거예요. 다시 말해 비의료인도 의료법인 설립에 자금을 출연하고 임원이 되어 주도적으로 관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의료인이 주도적으로 자금을 출연했다거나 의료법인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어요.

추가로 필요한 요건

그렇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대법원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했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추가로 외형상 형태만 갖춘 의료법인을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했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기본 요건: 주도적 관여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이 우선 인정되어야 합니다.
추가 요건 1: 실체 없는 법인 악용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
추가 요건 2: 재산 부당 유출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종합 판단
설립과정의 하자 정도, 재산 유출의 정도·기간·경위,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 존재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렀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죄형법정주의와 처벌 범위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처벌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에요.
만약 의료인 개인명의 병원의 기준을 의료법인 병원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처벌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됩니다. 의료법이 명시적으로 허용한 행위까지 처벌하게 되는 거죠.
의료법은 의료법인이라는 제도를 인정하고, 비의료인이 재산을 출연하고 임원이 되어 운영에 관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어요. 이런 행위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의료법인을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했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실체 없는 껍데기 법인을 만들거나, 재산을 부당하게 빼돌려서 공공성·비영리성이라는 의료법인의 본질을 무너뜨렸다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무상 중요한 시사점

단순한 절차 위반만으로는 부족
의료법인 설립과정에 하자가 있었다거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했다는 정황만으로는 곧바로 의료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어요. 하자의 정도와 영향, 유출의 기간과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규범적 본질의 부정 여부가 핵심
설립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의 하자인지,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가 있었는지 등을 보고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인지 판단해야 해요.
비의료인의 정당한 역할 인정
의료법인 제도 자체가 비의료인의 자본과 경영 능력을 활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비의료인이 자금을 대고 임원으로 활동하는 것 자체는 정당한 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했어요.
수사기관과 행정청의 주의 필요
이 판결 이후 일부 수사기관이나 행정청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요. 사소한 절차 위반만으로 급여 지급 보류나 환수 처분을 서두르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요점 정리
의료인 개인명의 의료기관과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자격 위반 판단 기준은 다릅니다. 의료법인은 재단법인으로서 비의료인의 재산출연과 주도적 관여가 법률상 허용되므로, 이런 사정만으로는 의료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어요.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없는 의료법인을 악용했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공공성·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등 의료법인을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로 가장했다는 추가 사정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판결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처벌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의료법이 허용한 정당한 행위와 불법적인 탈법 행위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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