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이야기

마취과 의사 수술실 이탈 후 환자 사망, 업무상과실치사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 판례분석

등록일 | 2025-12-01
마취과 의사 수술실 이탈 후 환자 사망, 업무상과실치사일까?
대법원 2021도1833 판결

마취과 의사 수술실 이탈 후 환자 사망, 업무상과실치사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 판례분석

업무상과실치사 인과관계 합법적 대체행위론 의료과실
마취과 의사가 환자를 마취한 뒤 간호사에게 환자 감시를 맡기고 수술실을 이탈했습니다. 이후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했어요.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과실은 인정되지만 인과관계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였어요. 같은 날 민사재판에서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흥미로운 사건입니다.

사건의 배경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인 피고인은 환자에게 마취를 시행했어요. 그런데 마취 후 환자를 직접 관찰하지 않고 간호사에게 환자 감시를 맡긴 채 수술실을 이탈했습니다.
1단계: 마취 후 수술실 이탈
피고인이 환자를 마취한 뒤 간호사에게 환자 감시 업무를 맡기고 수술실을 떠났습니다.
2단계: 저혈압 발생
이후 환자에게 저혈압이 발생하며 혈압 회복과 저하가 반복되었어요.
3단계: 간호사의 호출
간호사가 피고인을 몇 차례 호출했지만 피고인은 오지 않았습니다.
4단계: 심정지 발생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한 뒤에야 피고인이 수술실에 복귀했어요.
5단계: 응급조치 및 사망
피고인이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환자는 결국 사망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환자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했어요.

핵심 쟁점: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업무상과실치사 성립요건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하려면 업무상 과실의 존재는 물론, 그 과실로 인해 환자가 사망한 점도 증명되어야 합니다. 과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하죠.
이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였어요:
  • 마취 유지 중 환자 감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가?
  • 그 과실과 환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가?
대법원은 첫 번째 과실은 인정했지만, 두 번째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합법적 대체행위론이란?

형사재판에서 인과관계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해요. 이때 사용하는 이론이 바로 합법적 대체행위론입니다.

합법적 대체행위론의 핵심

합법적 대체행위론은 이렇게 묻습니다: "만약 당시 합법적으로 행위했다면 범죄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을 확률이 80% 이상인가?"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인과관계가 인정돼요. 즉:
  • 위험 증대 또는 창출: 피고인의 행위가 위험을 만들거나 키웠는가? (행위반가치)
  • 위험의 실현: 그 위험이 실제로 실현되어 결과가 발생했는가? (결과반가치)
  • 80% 이상의 회피 가능성: 합법적으로 행위했다면 결과를 막을 확률이 80% 넘는가?
이 기준이 충족되지 않으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의 구체적 판단

검찰의 주장
수술실 이탈로
환자 감시 의무 위반
이로 인해 환자 사망
피고인의 주장
적절히 대응했어도
환자를 살렸을지 불확실
인과관계 없음
대법원 판단
과실은 인정되나 인과관계 증명 부족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음
(무죄 취지 파기환송)

과실은 인정되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마취 유지 중 환자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어요. 마취 후 수술실을 이탈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행위였죠.

하지만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 과실과 환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어요:
"피고인이 직접 환자를 관찰하면서 간호사 호출에 신속히 대응했다면, 과연 환자가 살았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다는 거예요. 즉, 합법적으로 행위했더라도 환자를 살릴 수 있었을 확률이 80% 이상이었다는 증명이 부족했습니다.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피고인이 바로 옆에서 관찰하다가 즉시 심폐소생술을 했더라도 환자를 살릴 수 있었을지 알기 어렵다는 거죠. 의학적으로 불확실성이 너무 컸던 겁니다.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차이

흥미로운 점은 같은 날 같은 사건에 대한 민사재판에서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다는 거예요.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인과관계 증명 기준의 차이

형사 vs 민사 인과관계 기준
형사재판: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 필요 (엄격한 기준)
민사재판: 상당인과관계, 개연성 입증으로 충분 (완화된 기준)
형사재판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므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합니다. 반면 민사재판은 손해를 전보하는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죠.
따라서 같은 사건이라도 형사에서는 무죄, 민사에서는 책임 인정이라는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어요. 이는 양 재판의 목적과 증명 책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판결이 가진 의미

과실과 인과관계는 별개다
의료과실 사건에서 의사가 잘못한 것(과실)은 인정되더라도, 그 잘못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는 점(인과관계)은 별도로 증명되어야 해요. 과실만으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한 겁니다.
합법적 대체행위론의 적용
의료과실 사건에서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는 "적절히 조치했더라면 결과를 막을 수 있었을 확률이 80% 이상"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의학적 불확실성이 큰 경우 인과관계 인정이 어려워요.
형사와 민사의 경계
같은 의료사고라도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결론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어요. 형사는 엄격한 증명, 민사는 개연성 입증이라는 증명 기준의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무죄추정의 원칙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한다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이 의료과실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인과관계 증명이 부족하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무죄가 되는 거죠.
요점 정리
마취과 의사가 환자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은 인정되지만, 그 과실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는 인과관계는 별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합법적 대체행위론에 따라 피고인이 적절히 조치했더라도 환자를 살릴 수 있었을 확률이 80% 이상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어요. 형사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므로, 의학적 불확실성이 큰 경우 인과관계 인정이 어렵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민사재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는데, 이는 형사와 민사의 인과관계 증명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과실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형사처벌되는 것은 아니며, 인과관계까지 엄격히 증명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판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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