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어느 장애인 단체에서 회장이 3선을 하기 위해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정관변경을 서면결의로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대한 법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니,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449대 3의 압도적 찬성, 그런데 무효?
사단법인 정관 제14조에 "회장의 연임은 1회에 한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3선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서면결의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정관에는 서면결의 관련 규정이 전혀 없었어요.
12월 16일 대의원들에게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정관변경 안건과 서면결의서를 29일까지 제출하라는 안내문을 보냈습니다.
454명 중 무려 449명이 찬성하여 정관변경이 이루어졌습니다. 반대는 겨우 3명뿐이었어요.
변경된 정관에 따라 기존 회장이 단독 후보로 출마하여 제9대 회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이제 3선 연임이 된 것이죠.
일부 회원들이 "서면결의는 무효다"라며 정관변경결의와 회장선출결의 모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면결의는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다"
왜 449명이 찬성해도 무효일까
대법원은 결의 방법 자체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찬성해도 올바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무효라는 것이죠.
• 소집 통지: 1주간 전에 목적사항을 기재해서 통지
• 개최 절차: 실제로 총회를 열어야 함
• 토론과 결의: 사원들이 참석해서 토론하고 결정
• 정족수: 과반수 출석, 출석자 과반수 찬성
대법원이 서면결의를 무효로 본 3가지 이유
첫째, 정관에 서면결의를 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전혀 없었습니다. 둘째, 서면결의는 사원들의 토론권을 제한해서 사원권 행사를 침해합니다. 셋째, 코로나19 상황이라고 해도 그 당시 꼭 정관변경을 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것이죠.
코로나19도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특히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서면결의를 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불명확한 상황: 당시 정말로 총회 개최가 어려웠는지 명확하지 않음
• 급박성 부족: 그 시점에 꼭 정관변경을 해야 할 필요성이 없었음
• 대안 모색 부족: 온라인 총회 등 다른 방법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음
• 사전 토론 부족: 중요한 사안임에도 충분한 토의나 설명이 없었음
실제 처벌 결과
1심: 원고(회원들) 승소 - 서면결의 무효
2심 (서울고법): 원심 판결 유지
대법원: 상고 기각 - 서면결의 무효 확정
최종 결과: 정관변경과 회장선출 모두 무효 확정
- 정관 원상회복: 회장 연임 제한 규정이 다시 살아남
- 회장직 상실: 3선 회장의 지위가 법적으로 무효
- 새로운 선출: 적법한 절차로 다시 회장 선출 필요
- 법인 업무: 무효 기간 중 처리된 업무들의 효력 문제 발생
유사한 실제 사례들
- 종교법인 A사건 - 정족수 미달로 개최된 총회 결의 무효
- 동창회 B사건 - 소집 통지 없이 진행된 임원 선출 무효
- 협회 C사건 - 안건 사전통지 없이 추가된 결의사항 무효
- 재단법인 D사건 - 정관 위반 절차로 진행된 해산 결의 무효
사단법인 운영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 사전 준비: 1주일 전 목적사항 명기하여 소집 통지
- 정관 확인: 특별한 절차가 있는지 정관 조항 세심히 검토
- 정족수 확보: 과반수 출석과 출석자 과반수 찬성 원칙
- 서면결의 금지: 정관에 명시적 규정 없으면 절대 불가
• 온라인 총회: 정관 개정을 통해 화상회의 총회 근거 마련
• 연기 결정: 급하지 않은 사안은 상황 개선까지 연기
• 서면결의 도입: 사전에 정관 개정으로 서면결의 절차 신설
• 방역 수칙: 대면 총회 시 철저한 방역 조치 후 진행
단체 운영진이 알아야 할 핵심 포인트
절차적 정당성이 실체적 정당성보다 중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찬성해도, 아무리 좋은 취지의 결정이라도 올바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 서면결의 조항: 필요시 서면결의 할 수 있는 근거와 절차
- 온라인 총회: 화상회의 등을 통한 총회 개최 근거
- 긴급 절차: 재해 등 특수상황에서의 의사결정 절차
- 대리 참석: 불가피한 경우 대리인 참석 허용 여부
이 판례가 미치는 영향
이번 판결로 전국의 모든 사단법인이 총회 운영 절차를 재점검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비대면 의사결정 방식들이 법적 검토를 받을 필요가 생겼어요.
기억하세요! 민주적 의사결정은 단순히 다수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충분히 토론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편의를 위해 절차를 생략했다가 모든 결정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앞으로 유의해야 할 사항
이제는 코로나19 같은 특수상황도 서면결의의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각 단체들은 미리미리 정관을 개정해서 비상시 의사결정 절차를 마련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임원 선출이나 정관 변경 같은 중요한 사안일수록 더욱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이번 판례를 통해 재확인되었습니다. 편의를 추구하다가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겠네요.